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달러가 약세를 이어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이 올여름 유가가 17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09달러(3.8%) 오른 139.6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배럴당 5.84달러 상승하며 140.39달러를 기록하는 등 14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로써 WTI는 올들어 46% 상승한 셈이 됐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5.60달러 오른 139.93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역시 장중 140.38달러까지 오르며 140달러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전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목표금리를 2%로 유지하면서 금리인상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주지 않으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준 금리는 조만간 인상될 가능성이 낮지만 쟝-끌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7월 금리인상 발언을 내놓으면서 상대적으로 달러에 대한 매도세가 증가한 것이다.
에너지 컨설팅기관 카메론 하노버의 피터 뷰텔 대표는 "ECB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외환시장은 물론 상품시장에서도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라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선임 트레이더는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상품시장이 랠리를 나타냈다"면서 "연준은 전일 금리를 올리지 않았고 앞으로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575달러대로 하락하면서 2주 최저치로 거래됐다.
알제리 에너지 장관인 차킵 켈릴 OPEC 의장은 이날 "올여름 유가가 150달러에서 17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24 TV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ECB의 금리인상 여부가 관건"이라면서 "ECB가 금리를 인상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유가는 더욱 오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요인도 유가 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켈릴 의장은 "이란의 석유생산 중단과 같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으면 유가는 200달러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생산 중단 위기가 발생하면 유가는 200달러는 물론 4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급 상황도 유가 상승 배경이 됐다. 리비아 국영석유회사의 소크리 가넴 회장은 "미 의회가 지난 1월 테러 행위로 피해를 입은 미국인들이 미국내 테러지원국의 자산과 이들 국가와 거래하는 기업의 자산을 압류하도록 하는 테러 희생자 보상법을 통과시켰다"면서 "감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미국의 테러 희생자 보상법 통과를 새로운 형태의 경제 제재로 보고 있다고 가넴 회장은 덧붙였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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