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에 대대적인 반전이 있을 전망이다. 당초 내년 상반기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연내 금리를 전격 인하할 것이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론의 배경에는 최근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하는 등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인플레와 경기부양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연준에게 최근 유가 하락은 물가 걱정 없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방기금목표금리를 2%로 유지한 뒤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4월까지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는 등 글로벌 신용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인플레 압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최근 2차례의 FOMC를 통해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인플레 압력은 줄었지만 경기침체 부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8월 실업률은 6.1%를 기록해 5년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기업 실적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의 주축인 소비와 기업 모두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짐만 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3분기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은 보합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연준의 비둘기파 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금리인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FAO 이코노믹스의 밥 브루스카 이코노미스트는 "비둘기가 울 때가 됐다"면서 "연준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쟈넷 옐렌 샌프란시스코준비은행 총재 역시 이번달 초 "연준은 더 이상 인플레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렌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연준이 그리는 인플레 그림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금융시장 역시 통화정책 전망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목표금리 선물은 연준이 오는 10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8%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연방기금목표금리 추이 (출처: CNN머니) |
연방기금 선물이 지난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54% 반영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투자자들의 전망 역시 급격히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 위협은 여전하다며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번의 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한 리차드 피셔 달라스준비은행 총재는 여전히 중앙은행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JP모간펀드의 데이빗 켈리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준은 앞으로도 문제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금융시스템이 더욱 악화될 경우 쓸 수 있는 총알을 아끼기 위해 연준이 금리인하를 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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