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만호 산업은행 경영전략본부장(부행장)은 21일 "리먼브라더스는 민영화를 앞두고 투자은행(IB)으로 변모하려는 산업은행의 모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연구원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산업 업그레이드를 위해 산업은행을 IB그룹으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민영화 방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닥쳐 마침 매물로 나온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할 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다가 조건이 맞지 않아 그만둔 것일 뿐 인수를 시도했다고 해서 리먼브라더스를 모델로 여긴 것은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정보 없이 파산을 앞둔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할 뻔 했다는 최근의 비판 여론에 대해 해명했다.
윤 본부장은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표현했다.
그는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IB를 인수했다면 산업은행이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투자은행(CIB)로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쉽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산업은행은 도이체방크와 같이 기업고객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은행을 지향하며 기업공개(IPO)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IB 업무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예금 기반이 없는 증권계 IB인 리먼브라더스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현재 18%의 예수금 기능을 갖고 있으며 취약한 수신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윤 본부장은 2012년까지 진행될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을 위한 자금조달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채권 뿐 아니라 예수금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요구불 예금 취급을 허용하는 법안이 만들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본부장은 산업은행 민영화 이후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투기자본이나 국내 재벌이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외국계 자본은 IB보다 소매은행에 관심이 많고 산업은행이 부실 은행이 아닌 만큼 투기자본에 매각될 가능성도 없다"며 "산업자본의 경우 매입한도 규제 등이 있어 단독으로 경영권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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