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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을지로 본점 전경 |
HSBC가 인수를 포기한 후 외환은행이 직접 대주주를 찾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론스타의 지분 매각 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은 인수 대상자로 해외 금융기관을 선호하는 반면 론스타는 국내 금융기관과도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매각 과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최근 적절한 인수 대상자를 찾기 위한 행장 직속의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리처드 웨커 행장은 지난 2일 행내 방송을 통해 "TF의 궁극적인 목적은 외환은행의 미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대주주를 찾는 작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대주주를 찾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자체적으로 인수 대상자를 선정하더라도 론스타의 매각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없어 상징적인 의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론스타이기 때문에 TF의 활동은 근본적인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원하는 대상을 찾아 론스타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한계를 인정했다.
현재 론스타는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의무가 없다.
그는 "TF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론스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론스타와 HSBC 간 인수 협상이 결렬된 후 국내 금융기관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는 점도 외환은행 측에서는 부담스럽다.
웨커 행장은 "자산 규모 증대를 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국내 대형 금융기관보다 더 좋은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산업은행, 농협 등이다.
시장에서는 론스타가 국내 금융기관과 개별 접촉을 가진 후 인수 능력 및 가격을 고려해 한 곳과 단독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외환은행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인도네시아 BII 지분 매각을 통해 2억8000만달러(367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자사주 매각과 ING 지분 매각, 상환 우선주 발행 등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실패한 후 투자은행(IB) 역량 강화를 위해 외환은행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
하나은행과 농협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주주를 원하지만 론스타 측은 매각가치를 높일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다만 매각 가격에만 집착하면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살 수 있고 매각 작업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론스타도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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