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권에 대해 당국의 유동성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외화자산 매각 등 외화 유동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펼칠 것을 요구했다.
또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 나서줄 것을 독려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의 유동성 지원 규모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은행권을 너무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더욱 증폭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시장에 외화 유동성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스왑 시장에 외화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무역금융 재할인 등을 통해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시장의 달러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1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스왑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수출입은행을 통한 50억달러 공급 방안도 내놨다.
강 장관은 "외환 당국의 지원에만 의존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대응하겠다"며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은행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화증권 등 해외자산 조기 매각, 외화예금 국내 유치 등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 도덕적 해이가 있는 은행에 대해서는 페널티 금리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정부가 제시한 유동성 확보 방안은 이미 시행 중이며 정부의 위기의식이 커졌다면 유동성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이날 간담회 후 가진 브리핑에서 "은행들이 외화자산 매각과 해외 외화예금 유치, 중장기 차입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해온 것으로 안다"며 "올 연말까지 외화 유동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장들은 러시아가 5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개별 은행과 기업에 직접 지원한 사례를 들며 정부에 더욱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스왑시장에 100억불, 무역금융으로 50억불 정도를 지원하는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은행권에 중소기업 대출의 급속한 회수를 자제하라고 촉구하고 중소기원 지원 실적도 지속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이 경기가 호황기일 때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최근 경기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대출을 급속히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며 "건실한 중소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은행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장은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중소기업 지원 실적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줄어들면 자금 운용도 감축하는 게 당연하다"며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협조하겠지만 은행에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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