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자산으로 각광받아 온 부동산이 갈수록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과 확신은 사라진지 오래다. 치솟은 금리로 무거워진 대출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손해를 봐서라도 처분하고 발을 빼고 싶지만 좀체 나서는 이가 없다. 다급해진 투자자들은 마른 침을 삼킬 뿐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매매시장이 활기를 잃은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ㆍ북을 통틀어 아파트 거래건수가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5일 국토부가 밝힌 '9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자료'를 보면 지난달 신고된 아파트 거래건수는 2만5639건으로 8월(2만7233건)보다 5.85% 줄었다. 이는 지난 2006년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실상 최저 수준이다.
거래가 여의치 않자 투자자들은 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시장에 쏟아내고 있지만 무반응이다. 가격을 더 낮춘 '급급매물'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지만 시장은 이 마저도 소화를 못하고 있다.
거래부진 속에 저가매물이 속출하자 부동산가격은 약세에서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울 강남 등 '버블세븐' 지역의 하락세가 그나마 상승세를 탔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 일대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다시 불거진 지난달 이후 최근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0.28%나 빠졌다.
중대형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투자수요를 불러모았던 '버블세븐' 지역인 송파(-0.71%) 강남(-0.56%) 서초(-0.39%) 양천(-0.58%) 용인(-0.88%) 분당(-0.86%) 평촌(-0.43%) 등은 일제히 평균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보유자들은 1~2년 전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맞았을 때 돈을 빌려 집을 산 경우가 많아 최근 급격히 오른 금리로 늘어난 대출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15일 현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는 연 6.06%로 7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시장의 투자환경이 갈수록 악화되자 폐업하는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투자 상담을 해주던 컨설팅업체들도 심각하게 전업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반기 들어 거래실적이 전무하다는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거래는 고사하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사무실에 나와 있기가 민망할 정도"라며 "사무실을 처분하고 싶지만 그마저도 처분이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컨설팅업체 대표는 "요즘 같은 불황에 누가 투자상담을 하겠느냐"며 "직원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도 버거워 문을 닫을 지 전업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거래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돈줄을 잡고 있는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를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담보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들어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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