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바마와 민주당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2008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신용위기가 폭풍에서 허리케인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속절없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조기 투표서 오바마 20% 이상 앞서=오바마의 우세는 조기 투표에서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미 일간 사이언스 모니터(CSM)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조기 투표를 통해 오바마가 매케인을 20% 이상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위를 굳히기 위한 오바마 진영의 전략이 먹혀 들어가면서 핵심 격전지로 예상됐던 플로리다주 조기 투표자의 절반 이상을 민주당 지지자들이 차지했으며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공화당원의 2배에 달하는 민주당원이 조기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흑인 유권자들의 행보 역시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흑인 유권자는 전체의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면서 오바마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빗 보시티스 워싱턴 정치경제연구공동센터 연구원은 "이번 대선에서 흑인의 열정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미 선거 당국은 선건 당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조기투표를 장려하고 있다. 당국은 전체 유권자의 3분의1이 조기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바마콘의 시대가 온다"=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를 통해 '네오콘의 시대가 가고 오바마콘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선이 1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에 실망을 느끼고 오바마 지지로 돌아선 보수파 인사들을 '오바마콘(Obamacons)'으로 규정하고 얼마전 오바마 지지 입장을 밝힌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을 대표적인 인물로 꼽았다.
오바마콘은 큰 정부와 힘의 정치, 인권을 무시하는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매케인 대통령 후보, 새라 페일린 부동령 후보에 대한 절망에서 나온 반작용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일부에서 오바마의 승리에는 '브래들리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브래들리 효과라 흑인인 톰 브래들리가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도전했을 당시 여론조사에서는 앞섰지만 실제 선거는 패한 것에서 나온 말이다.
사진: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후보가 25일 라스베가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
매케인 지지세력에서는 1989년 뉴욕시장에 출마한 데이비드 딘킨스와 버지니아 주지사에 출마한 더글러스 윌더도 여론조사와 달리 실제로는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 중 7%는 거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상징되는 부시 행정부에 실망한 미국 국민들이 이제는 새로운 인물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4년 부시 대통령이 승리했던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플로리다에서도 오바마가 승리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는 평가다.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오바마의 승리가 확실하며 8년 공화당 집권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재편선거'로 민주당 40년시대 열린다?=일각에서는 오바마 후보의 승리로 미국 정치계의 지형을 바꾸는 '재편 선거'(realigning election)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재편 선거란 지역, 계급, 계층적으로 한 정당을 지지하는 연합 세력이 형성되면서 해당 정당의 장기적인 집권을 가능케 해주는 선거를 말한다. 이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당선됐던 지난 1932년과 리처드 닉슨이 당선된 1968년에 있었으며 당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40년 가까이 정권을 잡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미국의 유명한 정치경제학자이자 일본정책연구소 소장인 찰머스 존슨은 최근 정치웹지 '톰 디스패치'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가 승리할 경우 민주당의 40년 정권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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