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중소은행들의 도산 위기와 루블화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러시아 국영기업이 4개의 부실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지원했다는 소식을 듣자 국민들이 소형은행에서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 VTB, 가스프롬방크로 예금계좌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1년 국가경제위기로 예금액을 보호받지 못한 국내 고객들이 미리 겁을 먹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대외경제연구원 황지영 연구원은 “파산에 놓인 소규모 은행들은 공기업 산하 은행들이 인수하고 있는 상황으로 98년처럼 유동성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5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금융시장 및 기업지원을 위해 2000억 달러를 준비해두고 있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형은행 구제에 나섰지만 현재 영업 중인 1100개 소형 금융기관들을 모두 구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형은행이라도 일단 도산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그렇지 않아도 불안해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 소지가 있어 정부 당국이 부실 소형 은행을 정리할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렉세이 울루카예프 러시아 중앙은행 제1부총재는 “유동성 문제는 앞으로 15개월 동안 지속할 수 있다”며 “추가 유동성 공급은 물론 담보 조건 완화 등을 통해 은행권을 살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루블화 하락에 따른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것도 어려운 작업이다. 지난 7월 달러화 대비 23.14루블에 거래됐던 루블화 환율은 10월 말 26루블대로 떨어지면서 2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 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루블화의 반등은 러시아 푸틴 체제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러시아 중앙은행이 최근 몇 주간 수십억달러의 달러화를 풀어 환율을 목표 수준으로 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700억 달러의 자금을 풀어 놓은 러시아가 계속해서 달러화를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가가 70달러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어서 러시아 정부 예산에 차질을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현 상황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더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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