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중심지로 떠오른 홍콩 경제가 반환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반환 당시 중계무역과 국제금융 중심지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홍콩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폭풍을 맞고 쓰러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로 인해 홍콩 내에서도 소비침체를 비롯한 트렌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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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콩의 백화점 내부 |
▲ 중산층 소비 둔화… 사치품 소비 감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홍콩에는 중산층의 소비트렌드가 실속을 추구하는 동시에 고소득층들의 명품소비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약 1000명을 감원한 HSBC를 비롯해 세계각국에 퍼져있는 금융기관들은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금융과 무관했던 샐러리맨들도 실업의 대한 공포가 한층 짙어졌을 뿐 아니라 소비에 대한 두려움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선데이모닝포스트가 최근 홍콩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들 중 대다수가 앞으로의 홍콩 경제전망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가 불거진 2003년 무렵에 한 달 정도의 경제 침체기를 경험했던 홍콩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던진 경기 침체라는 화살에 직격탄을 맞음에 따라 이번 침체는 더욱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게 작용하고 있다.
홍콩에 불고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사치품에 대한 소비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류층의 소비 위축으로 소매상인들은 경기 침체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상류층을 타깃으로 판촉활동을 펼쳤으나 연휴기간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보석판매는 일 평균 10만 홍콩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대비 30%이상의 하락한 것으로 루이비통을 비롯한 구찌,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의 경우도 전년 대비 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고급 외제차 시장에서도 판매율 침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외제차인 롤스로이스와 포르쉐의 경우 9월 판매량이 감소함에 따라 각 회사 측은 앞으로 12개월간의 판매량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휴 동안 요식업계의 영업도 10명 기준 한 테이블에 2000홍콩달러를 소비하는데 그쳐 작년 3000홍콩달러를 소비했던 데 비해 33%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시간대 중국 여행객 수의 식당 점유율 또한 작년의 40%에서 30%로 크게 하락했다. 홍콩 시내의 고급 레스토랑 영업이익도 작년 9월 대비 약 20~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홍콩 요식업협회 측에 따르면 중저가 레스토랑은 소비위축에 비교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휴 1주일 동안 중급 이상 레스토랑의 수입은 감소한 반면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이나 패스트 푸드점은 판매율이 오히려 증가했다.
국경일 연휴 1주일간 시장 조사에 따르면 전체 소비의 50%는 중국 여행객들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5.12 쓰촨 대지진 참사', '멜라민 분유 파동' 등의 영향으로 선호 제품은 분유나 건강식품(약재), 의약품, 아동용품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유는 중국인들의 사재기로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가격이 폭등해 평소 150 홍콩달러에 판매되던 것이 300 홍콩달러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밖에 도박, 경마 등도 작년 대비 참가자 수가 17% 감소했으며 수입도 9%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홍콩에서 마카오 비자발급 금지조치로 중국 관광객들의 마카오 출입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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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콩의 HSBC 빌딩 |
▲ 대대적 금융계 인원 감축 실업률 증가… 부동산도 침체
전세계로 확산된 미국 발 금융 위기침체가 홍콩에까지 직격탄을 가하면서 대대적인 금융계 인원 감축으로 인한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비롯해 'AIG구제 조치', '리만 브라더스의 부도' 등으로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도탄에 빠진 가운데 HSBC가 홍콩 현지 100명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1100명의 인원을 감축한 것이다.
또한 각 산업 영역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규모를 최소화하고 있어 실업률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8월 1만7600명의 구직자들 중 1만3100명만이 직장을 구하고 나머지 4500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약 25%는 실업상태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2사분기 가장 높은 공석률을 보인 영역은 자산관리를 비롯해 재정, 금융, 은행, 보험, 부동산, 건설 등으로 약 5~6% 정도의 공석률을 보이고 있다.
신규 일자리 증가율에 있어서도 2사분기는 1사분기 대비 0.23% 낮은 0.8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소매와 교통 영역이 각각 0.23%, 0.46%로 가장 낮았다.
이로 인해 홍콩내 고급 주택시장 및 사무실 임대시장의 침체 또한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3사분기의 경우 고급 주택시장이 10% 감소했고 4사분기 또한 약 1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 될수록 가격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부동산 업계도 약 10%의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소매 시장에 불고 있는 침체 원인은 금융 쓰나미에 의한 높은 실업률이 크게 작용한다.
지난 8월 홍콩 소매시장의 증가률은 가치에 있어 10.4%, 부피에 있어 3.9% 증가했으나 일전에 예측한 증가률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동시에 물가 상승을 감안한다면 증가율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통계청의 보고에 따르면 전년 대비 식품부문 소비가 3.5%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품 수요가 감소했으며 특히 자동차와 대형가전 등과 같은 내구성 제품은 14.8% 하락했다.
이는 주로 홍콩 여행객 수 감소 및 금융 시장의 침체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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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내년 침체 더욱 심화될 가능성
홍콩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지난 2003년 사스로 인한 침체보다 더욱 장기적이면서 심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컨설팅 전문회사인 TNS와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에서 1000명의 여론 전문가 및 비즈니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9%가 홍콩이 2009년 높은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느린 경제 성장, 높은 임금 문제, 금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항생은행은 이미 지난 8월에 홍콩의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5%에서 4.3%로, JP모간과 DBS은행 또한 각각 4.8%에서 4%로 4.7%에서 4.2%로 낮추었으며 홍콩 대학도 6%에서 4.2%로 낮게 전망하고 있다.
버클리캐리털 또한 내년 홍콩 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5.5%에서 4.5%로 낮게 전망했으며 이는 낮은 국외 수요 및 불안정한 금융시장, 중국 본토의 성장률 둔화 등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중국 본토의 2009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기존의 9.5%에서 9%로 낮춰 전망하고 있어 중국 경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홍콩이 내년에는 이보다 더욱 침체된 경제상황을 맞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홍콩의 중산층의 소비트랜드가 브랜드 및 고가에서 저렴하면서 실속 있는 제품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는 홍콩인들이 아시아 트랜드 세터로 불리며 유행과 브랜드에 비교적 민감한데다 관세 프리 도시로 명품 가격이 타국에 비해 저렴해서 되도록이면 명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짙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홍콩의 경기침체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안정성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있는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 진출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한동한 파장이 있었던 식품시장에서 일본 식품들은 높은 안정성과 우수한 품질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한 건강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면서 건강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은 홍콩에 약 4억 4500만 달러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홍콩 총상회 앤드류 회장은 작년 말에 발표했던 2008년 홍콩 경제 성장률 5% 전망을 철회하고 3.5%로 하향 조정했다.
앤드류 회장은 "물가상승률이 5%를 유지해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미국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세계 경기가 하락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여 하반기 홍콩 경제의 하락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크레딧스위스와 아시아개발은행 등 세계 경제기관들도 홍콩경제 전망을 각각 4.9%에서 3.9%까지 하향 조정했으며, 3사분기 경제성장률은 3.2%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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