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실물경제의 침체로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두자릿 수에 턱걸이했지만 내년에는 한자릿 수로 추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4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내년 수출 목표로 5천억 달러를 제시했으나 내년에는 선진국뿐 아니라 국내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개도국의 성장률도 둔화되면서 증가율이 8%대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민간 연구소가 발표한 내년 수출전망은 국제무역연구원이 4천825억 달러(8.6%), 삼성경제연구소가 4천847억 달러(8.3%), LG경제연구소 4천867억 달러(8.9%) 등으로 모두 정부의 전망보다 낮다.
민간 연구소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주가와 주택경기 하락, 실물경기 위축으로 수입수요의 감소가 지속되고 일본은 대(對) 미국 수출과 내수부진에 따라 정보기술(IT) 제품 중심으로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시장의 침체는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10월부터는 가전과 IT 등의 수출에 크리스마스 특수가 반영돼야 하지만 올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올해 1~9월 가전 수출 증가율은 7.3%를 유지했지만 10월에는 -28.4%로 추락했고 컴퓨터도 1~9월 -12.3%에서 10월에는 -37.0%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특히 우리나라가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인 중국도 미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건설관련 중간재 수요의 부진, 소비위축 등에 따라 수입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0월 1~20일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감소하면서 2002년 2월 이후 80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세계 실물경기 침체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정부도 현재 국내 수출의 여건이 상당히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어 내년 수출 목표는 예상치라기보다 정책적 의지로 해석된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세계수요 감소와 수출둔화가 현실화되는 등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환율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수출기업의 경영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며 "외화차입 여건 악화와 은행 여신관리강화 등으로 수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둔화에 따라 무역수지 전망도 부정적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내년 무역수지가 25억 달러 흑자로 예상했고 삼성경제연구소는 37억 달러 흑자, LG경제연구소는 31억 달러 적자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안정적인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전망치는 12월 이후 국내외 경제상황을 고려해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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