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의 실물경제 전이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주식회사 미국’을 둘러싼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통과 자동차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표기업들의 파산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채산성은 물론 파산 선언이 잇따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먼저 미국 2위 가전제품 유통업체 서킷시티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한국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가전업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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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2위전자제품양판업체서킷시티가파산보호를신청했다. |
전문가들은 신용위기의 실물경제 전이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면서 미국 주요 기업들의 파산 행렬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킷시티는 10일(현지시간)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서킷시티는 법원에 제출한 파일을 통해 34억달러의 자산과 23억2000만달러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서킷시티는 전자제품 공급업체에 6억5000만달러의 채무가 있다고 밝혔다. 서킷시티는 휴렛팩커드에 1억1880만달러, 삼성전자에 1억1590만달러의 채무가 있으며 소니(6000만달러), LG전자(4110만달러), 도시바(1790만달러)에도 채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전자제품 업체들의 채무는 사실상 묶여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킷시티는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기업회생 계획을 마련하고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며 회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서킷시티는 미국과 캐나다에 15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6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 유통업체여서 이번 파산보호 신청에 대한 충격이 큰 상황이다.
서킷시티는 이번달 초 미국내 매장 5분의1을 폐점키로 결정했으며 4만3000명의 인력 중 20%에 대한 감원을 실시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안 공개했지만 결국 신용위기 여파와 경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하게 됐다.
서킷시티는 지난 3분기 손실이 2억392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손실이 3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서킷시티 악재와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지수는 0.82% 하락한 8870.54를 기록했고 나스닥은1.86% 빠진 1616.74로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는 1.27% 내린 919.21을 기록했다.
서킷시티의 주가는 60% 하락하는 폭락세를 기록했다.
서킷시티로 촉발된 파산 위기는 자동차업종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주 유동성 위기를 경고한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해 주요 투자은행들이 파산 위기는 물론 투자등급과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나선 것이다.
도이치방크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GM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보유’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도이치방크는 이와 함께 GM의 12개월 목표주가를 0달러로 제시했다. 사실상 GM 주식이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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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GM에 대해 투자기관이 잇따라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
도이치방크의 로드 라체 애널리스트는 “GM이 파산 위기를 모면한다고 해도 파산과 같은 상황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이처럼 밝혔다.
이날 GM의 주가는 22%가 넘게 하락하면서 3.28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60년래 최저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GM에 대한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국계 금융기관 바클레이즈 역시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GM에 대한 목표주가를 1달러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존슨 애널리스트는 GM에 대한 투자등급을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4달러에서 1달러로 대폭 내려 잡았다.
존슨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지원 형태에 관계없이 GM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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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GM 주가 추이 (출처:야후파이낸스) |
GM은 지난 3분기에만 25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조만간 유동성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혀 미국 자동차업종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킨 바 있다.
한편 GM을 비롯해 미국 자동차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는 상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주 기자회견을 통해 자동차산업이 미국 제조업의 근간이라면서 정권 인수팀에 추가적인 지원을 검토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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