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의 침체가 가속화하고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가 전기와 도시가스요금을 대폭 인상해 가정과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됐다.
지식경제부는 11일 가정용 도시가스요금을 15일부터 4.8% 올리고 전기요금은 소규모 자영업과 제조업체를 제외한 산업계의 요금을 13일부터 6.2~9.4%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그동안 요금동결로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손익구조가 악화됐고 석유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기와 가스가 저렴해지면서 에너지 과소비가 우려돼 요금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지난해 2월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연탄 가격도 4개월 만에 반토막 난 상황이어서 인상 시점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가정용 난방요금 일제히 상승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동결했지만 난방용 에너지인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요금을 인상해 가정의 난방비 부담이 늘어난다.
전국 1천200만 가구에서 사용하는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이 4.8% 인상됨에 따라 가구당 평균 요금이 11월은 5만3천원에서 5만5천500원으로 월 2천500원 정도 부담이 늘고 12월은 3천900원(8만2천원→8만5천900원) 1월은 4천800원(10만원→10만4천800원) 등으로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30만 가구에 공급되는 지역난방 열요금도 8월에 9.65% 올린 뒤 3개월 만인 11월부터 추가로 9.9% 올려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경우 연간 난방비가 81만1천원에서 89만3천원으로 연평균 8만2천원(월평균 6천800원) 늘어난다.
아울러 최근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내등유 판매가격은 11월 첫째주에 ℓ당 1천185원으로 1년 전의 ℓ당 1천4원에 비해 18% 오른 상황이다.
특히 도시가스요금은 가스공사의 대규모 미수금에 따라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 가정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앞으로 추가될 미수금이 발생하지 않을 뿐이며 이미 발생한 미수금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에 지경부는 미수금을 2년에 걸쳐 요금에 반영해 회수할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요금동결에 따른 원료비 손실분은 회계상 손실이 아닌 미수금으로 처리되며 9월 말까지 1조6천억원이 발생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애널리스트는 "가스요금 인상은 향후 미수금 증가를 둔화시켜 현금흐름을 개선시키는 효과"라며 "가스요금은 내년 상반기에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내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자, 유공상이자, 독립유공자 등 85만 가구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요금할인제도(약 16%)를 추가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료 인상률 9년래 최대..산업계 원가부담
지경부는 주택용과 자영업, 중소기업, 농사용 등 4개 부문의 요금은 동결하고 나머지 요금을 대폭 인상해 평균 4.5% 올렸다. 이번 인상률은 1999년에 5.3%를 인상한 이후 가장 높다.
중규모 이상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산업용 을, 병의 요금은 9.4% 올려 수출 둔화와 금융 불안 등에 따른 경영여건 악화를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제조업과 제철.제련업, 석유화학업의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별 전기요금은 삼성전자가 4천937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제철 4천억원, 포스코 2천339억원, 하이닉스 2천25억원, LG필립스LCD 1천645억운, 한주 1천463억원, 한화석유화학 1천102억원 등의 순이었다.
모 제철업체 관계자는 "전기로 고철을 녹이는 제철업체의 원가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며 "환율도 불안하고 금리도 높고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와중에 요금을 대폭 올려 더욱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안철식 에너지자원실장은 "제조업의 원가에서 전기요금의 비중은 1.4%로 이번 인상에 따른 추가부담은 0.14%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가 주택용이나 일반용 단가보다 훨씬 낮아서 발생하는 교차보조 문제는 다소 해소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에 기준으로 주택용과 일반용 사용자가 보조한 규모는 각각 연간 3천426억원, 1조7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요금 조정에 따라 주택용 판매단가는 ㎾h 당 98.48원이 유지된 반면 산업용 판매단가는 ㎾h 당 65.28원에서 70.57원으로 올라간다.
◇원유.유연탄값 떨어지는데..
정부가 전기와 가스요금을 올린 것은 그동안 국제유가와 유연탄, 천연가스(LNG) 등 원료비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상반기에 요금을 동결하면서 원료비 인상에 따른 손실분의 40%를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에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했고 나머지 60%는 공사의 자구노력을 통해 해소하기로 했다.
또 하반기에도 원료비와 환율이 올라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국제유가는 7월을 고점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2월 수준으로 내려섰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는 10일 거래에서 배럴당 55.78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7월의 140달러의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국내 발전 연료 가운데 비중이 38%로 가장 높은 유연탄도 올해 1월 수준으로 내려섰다.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호주 뉴캐슬의 본선인도(FOB) 기준 유연탄 가격은 t당 9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7월의 t당 180.0달러에서 반토막 났으며 올해 1월의 91.75달러와 비슷해졌다.
유연탄과 LNG 가격은 통상 국제유가에 3개월 정도 후행하기 때문에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전기요금을 15% 인상해야 하고 내년에도 유연탄 가격이 t당 130~150달러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가 인상요인이 12~15%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철식 실장은 "그동안 요금동결로 한전과 가스공사의 손익구조가 악화돼 에너지 공급 안정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고 석유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전기와 가스의 과다사용 등 자원배분의 왜곡과 소비절약 이완현상 등으로 더 이상 요금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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