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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도쿄리포트]오바마의 검은 돌풍... 일본도 ‘체인지’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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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1-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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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

8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어낸 미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열풍이 일본 열도에도 몰아쳐 민주당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경제위기를 불러온 미 공화당에 대한 불신이 오바마 후보를 변화의 리더로 불러들였다. 미국 국민들은 매너리즘에 빠진 정치판과 승자독식으로 흘러가는 경제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최근의 경기 악화가 자민당의 무능 때문이라고 느끼는 일본인들은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일본도 미국처럼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고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자민당은 55년 체제 형성 이후 독재당과 같은 지위를 누려왔음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민 불만이 표면화 됐고 민주당이라는 대항마가 떠올라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일본은 자민당 정권하에 1950년대부터 30여년에 걸친 초고속 경제성장을 일구었고 10여 년간 미국에 맞설 정도의 경제 황금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 붕괴와 자민당 의원들의 잇따른 비리, 정치리더십 실종으로 국민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자민당 집권하의 경제 황금기를 겪은 세대는 이미 사회의 중심축에서 멀어졌거나 멀어지고 있는 세대다. 1990년대 이후 젊은 시기를 보낸 이들은 자민당의 집권 이유에 의문부호를 품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사회적 변화에 민주당 출신 젊은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인 산케이 신문은 6일자 보도를 통해 오바마의 인기가 자민당의 중의원을 조기해산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체인지’를 열창하고 있는 민주당을 고무시켰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야마오카 켄지 국회대책위원장은 5일 오자와 이치로 당 대표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당선자의 포스터를 나란히 놓고 "흑인 첫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생각할 수도 없던 대전환이었다"며 "일본에도 전후 60년간 계속된 자민당 정권을 교체할 기운이 일어나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지난 달 마이니치 신문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중의원 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길 바라나'라는 질문에 민주당(48%)이 자민당을(36%)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여론이 기울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미국 대선 직후 치러진 교도통신의 내각 선호도 조사에서도 민주당이 43.2%의 지지를 받았다.

일본 민주당도 이 같은 분위기에 힘을 얻어 연일 자민당 정권에 맹공을 쏟으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미국의 ‘체인지’ 열풍과 민주당의 공격에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공명 연립정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수상은 지난 5일 중의원 재무금융 위원회에서 오바마 정권 탄생에 대해 “민주당이란 이름은 미국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들의 정당이 갖고 있는 이름”이라며 “나는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생겼다고 해서 일본도 민주당 정권이 탄생한다는 단락적 사고를 갖고 있지 않다”고 오바마 바람에 고취된 민주당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췄다.

   
 
일본 민주당을 이끄는 오자와 이치로 당대표.
아소 수상은 또 “미국처럼 서로의 주장과 의견이 오가는 선거를 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당수(黨首) 토론에 상대(민주당)가 아예 나오지 않으니 토론 정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소 수상이 지난 9월부터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총재와의 당수토론을 지속적으로 제의했지만 이에 불응하는 민주당의 태도에 불만을 표한 것이다.

호소다 히로유키 자민당 간사장도 “미 대선이 일본 정국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소다 간사장은 이후 민주당이 미 대선 분위기를 일본 정치와 빗대는 것에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등 다소 흥분한 모습이다.

자민당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중의원(하원)은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소 수상이 재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뒤지고 있고 그 폭은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상원 격인 참의원은 이미 민주당에 내줘  중의원 선거 패배 시 자민당은 여당의 위치를 민주당에 내줘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도 자민당에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전임 총리들의 무책임한 사임으로 자민당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대세론은 점점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최근 교도통신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소 다로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률이 42.2%로 내각 신임율 40.9%를 넘어섰다. 아소 내각 출범 이후 내각 불신임률이 신임률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인기 정치인 아소 수상이 선거 유세에 나섰다.

지난 8일 도쿄 서민 지역인 가메아리의 상점가에 나섰고 9일에는 미토시에서 가두연설을 하는 등 본격적인 중의원 선거에 들어갔다.

또 9일에는 도쿄 시부야의 한 술집에서 약 40여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간담을 나누는 등 자신의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여념이 없다.

반면 리드를 잡은 민주당은 확실한 승리를 챙기기 위해 무당파를 공략하고 지방 군소정당에게 애정공세를 펼치며 정치 소외층 챙기기에 바쁘다,

오자와 총재는 인터넷 방송에 직접 출연해 네티즌에게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는가 하면 지난 7일에는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군소정당인 신당대지(新党大地)와 회합을 갖고 홋카이도의 12개 소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오자와 총재는 또 아소 수상이 주장하고 있는 '11월 중의원 해산'에 반대, 올 해 안으로 중의원 해산은 없다는 의지를 확실히 하고 있어 자민당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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