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경쟁업체인 삼성중공업의 최근 드릴십 수주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엄밀한 의미의 선박수주가 아니라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세계1위 조선사’라는 자존심에는 일정부분 균열이 간 모양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일 브라질 선사로부터 심해용 원유시추선박인 드릴쉽 2척을 14억4000만달러(약2조원)에 수주, 연간 수주 목표인 15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에 이어 단일조선소로 선박수주 1위 달성을 사실상 확정한 순간이기도 하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1억8300만 달러를 기록했던 조선 수주실적에서 올해 동월 수주실적이 ‘0’에 머무른 것을 비롯 11월도 ‘0’의 행진을 이어갈 개연성이 커 극명하게 대비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잡힌 수주계획은 없다”면서 “조선시장에 발주물량이 없어 수주계획이 없을 뿐이고 계절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만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수주와 관련해 “정확한 의미의 선박수주로 볼 수 없다”면서 “프랑스 CMA CGM사와 덴마크 A.P.몰러 같은 일반적인 선주사가 발주한 것이 아닌 브라질 오일메이저사(아틀란티코)가 발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드릴십은 배모양을 띄고 있으나 선상 설비는 시추선”이라면서 드릴십과 선박의 차이점을 부각시켰다.
다시 말해 드릴십은 해양설비의 일종인 시추장비일 뿐 선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삼성중공업이 조선업계의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수주한 것은 맞다”면서 “이를 통해 세계 선박수주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드릴십을 현대중공업이 수주할 수도 있었느냐는 물음에 “브라질이 조선분야를 키우려 하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이와 관련한 도움을 많이 준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 부분에 있어 삼성중공업이 우위에 있었다”고 부연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6년부터 브라질 아틀란티코 조선소에 선박도면 및 조선소 운영노하우 제공하고 지분10%를 인수하는 등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
신 시장 선점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김재훈 기자 j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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