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오너-CEO, 인력 구조조정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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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12-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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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람(인재) 경영'이 화제가 됐다.

많은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인력을 줄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구 회장의 경영방침이 알려지면서 LG 계열사 임직원들이 한껏 고무됐다는 후문이다.
 
구 회장은 최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 내보내면 안 된다. 어렵다고 사람 안 뽑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전해지면서 경영 악화로 인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은 물론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많은 직장인들에게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인력감축 없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구 회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LG 계열사 경영진의 방법은 사뭇 달랐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LG전자 노동조합의 한 간부는 "남용 부회장은 최근 노조 신임 대의원들과 인사하는 자리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구 회장의 '원칙'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회사가 어려워지면 (인력감축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남 부회장은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실적을 평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더욱 힘쓸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남 부회장의 말은 구 회장의 메시지와는 달리 무조건적으로 인력감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칙과 현실은 분명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LG는 지난 97년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며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간부급 직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인화(人和)를 중요시하는 LG의 문화도 그만큼 훼손됐다. 구 회장의 메시지는 당시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기업 총수의 '원칙'과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CEO의 '현실'이 위기상황을 돌파하려는 LG그룹의 명암을 교차시키고 있다.

정경진 기자 shiwal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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