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9일 기업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신속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따라 그동안 시장에서 공공연히 부실기업으로 지목받고도 근근이 연명해오던 업체들이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먼저 그동안 부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과 조선업종의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일부 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판단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체와 반도체, 석유화학 등 다른 산업의 경우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구조조정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 건설.조선업 구조조정 속도낼 듯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별기업과 그룹별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필요한 경우 산업별로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장 건설업종과 중소형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종의 경우 대주단 협약이 적용돼 채무상환이 유예되고 있더라도 앞으로 신규자금 지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프로그램을 통해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KDI 임영재 연구위원은 "업종으로 본다면 결국 중소 조선업과 건설업이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이라면서 "하이닉스라든가 개별 업체도 언급될 수 있는데 그 부분은 감독당국이나 채권단의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기업개선 업무 담당자는 "조선업은 단순히 운전자금 외에 배를 건조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데, 그 액수가 1천억원대로 막대하기 때문에 곪은 곳은 빨리 도려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조조정 대상은 건설업, 조선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가 진행될수록 위험에 빠지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는 내년 상반기에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한 뒤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구조조정 대상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유화, 철강, 섬유 등 한국의 주력업종들이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당국은 개별 그룹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C&그룹이나 하이닉스 등 유동성에 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즉시 대응하고 잠재 부실위험이 높은 기업이나 그룹은 밀착 감시하며 순차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 기업이 모두 공급과잉 문제를 겪고 있는데, 향후 수요가 살아날때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미리 겁먹고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생산능력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정부가 적극 나서야"
시장에서는 감독당국이 적극 나서서 과감하게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감독당국이 중심을 잡아 채권분담비율 조정 등에 있어서 심판 역할을 해줘야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에 따라 강제성을 갖는 워크아웃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워크아웃은 직접 개입해서 회사에서 하지 못하는 인원 구조조정 등을 강제로 할 수 있지만 대주단은 신규자금 지원에 반대하는 기관은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협약이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기업을 살리려면 구조조정을 할 때 워크아웃으로 확실하게 하고 자금 지원이나 출자전환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상완 본부장은 "정부가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하이닉스 제소 사건처럼 국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민간이 주도할 경우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간접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겠지만 기본적으로 민간 채권단 중심으로 조선.건설업의 일부 부문 등에 대해 선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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