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시세차익 탈세 등 일부 혐의 인정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0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박 회장을 상대로 국세청이 고발한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 차명거래 시세차익 및 홍콩법인 배당이익 등 250억∼26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와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휴켐스 헐값인수' 등 3대 주요 혐의를 추궁했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 주식 차명거래로 얻은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수십억원 포탈 혐의는 시인했지만 미공개 정보 이용 또는 홍콩법인 배당이익 소득세 200억여원 포탈 의혹 등에 대해서는 준비해온 자료와 변호사의 도움 등을 얻어 적극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이 조사를 잘 받고 있다. 본인 입장을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 2005년 당시 정대근 농협회장으로부터 세종증권을 인수한다는 귀띔을 받았는지, 휴켐스 인수과정에서 정 전 회장에게 건넨 20억원이 내부정보 제공에 대한 대가인지 아니면 헐값 인수 청탁 명목이었는지, 남해화학 인수 추진과도 관련된 것인지 등을 캐물었다.

   또 홍콩에 미국교포 명의로 현지 법인을 세운 뒤 800억원대의 배당수익을 차명으로 받아 200억여원의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에 대한 박 회장의 소명을 듣고 국내법상 조세포탈이나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조사를 벌인 뒤 내용을 검토해 박 회장을 체포한 상태에서 더 조사를 벌여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일단 귀가시키고 재소환하거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등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김해와 진해의 아파트 건설부지를 넘겨받아 300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시행사 2곳이 박 회장의 위장회사인지 조사하기 위해 K시행사의 회계부장 오모씨를 불러 조사했다.

   또 농협이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인 농림수산식품부(구 농림부)의 장관 등 고위층을 상대로 정 전 회장이나 남경우(구속) 전 농협 축산경제 대표 등이 로비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당시 담당 국장이던 정모 본부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이밖에 휴켐스 매각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농협의 오모 상무와 신모 팀장을 소환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