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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국 명품 매장에 진열된 코치 핸드백. |
불황을 모른다는 럭셔리업계도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부유층 역시 주머니를 좀처럼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니티 마케팅의 파멜라 댄지거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 10월 600 달러(약 82만원) 상당의 상의와 드레스를 구입한 이후로 어떤 명품도 구매하지 않았다.
신용 경색 여파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 붙으면서 명품 매장을 찾는 발길도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럭셔리업계는 명품 브랜드의 전성기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 가격 인하와 더불어 다방면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의 럭셔리 마케팅 리서치 업체인 유니티 마케팅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부유층의 30% 이상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더욱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부유층의 소비는 올해 하반기까지 더이상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다.
유니티 마케팅의 댄지거 CEO는 "지속되는 경기 침체는 이미 심각한 상태에 있는 럭셔리 버블을 더욱 부풀려 명품 업체들이 폭등한 가격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2년 전만 해도 지미 추와 마놀로 블라닉과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신발은 400-500 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으나 최근 그 가격은 800 달러로 상승했다.
댄지거 CEO는 "소비자들이 럭셔리 브랜드의 신발 한 켤레 가격이 두 배로 치솟으면서 800 달러를 지불할 의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격은 더욱 합리적인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뉴욕 럭셔리 모피 브랜드 J. 멘델의 수잔 소콜 CEO는 "4000 달러에 육박했던 칵테일 드레스가 올 가을에는 1750 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콜 CEO는 "명품 시장에도 신용경색 한파가 뚜렷하다"며 "우선적으로 상품 혁신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명품 가죽 전문 브랜드인 코치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번 주에 정상가에서 10-15% 가량 가격을 내린 200-300 달러 수준의 핸드백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치의 류 프랭크포트 CEO는 "우리는 이번 신상품의 도입에 따른 효과적인 가격 인하로 인해 럭셔리업계 대표주자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고가 백화점의 대명사 니먼 마커스의 버트 탠스키 CEO는 "럭셔리 업계에 불어 닥친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면서 "럭셔리 업계는 위기 극복을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다방면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럭셔리업계의 불황을 만회할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들이 날마다 쇼핑을 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라며 "즐거운 마음으로 소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고객 유치에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가 명품으로 유명한 백화점인 삭스의 스티브 사도브 CEO는 "소비자들이 금융 위기를 겪는 가운데 명품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명품 브랜드를 추구한다"며 "섣불리 럭셔리 업계가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명품을 사려고 마음먹으면 전액을 지불하더라도 기꺼이 돈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니티 마케팅의 댄지거 CEO는 "럭셔리 업계는 몸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매력적인 스타일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며 "명품 업체들에게 생각의 전환이 요구되는 때"라고 조언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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