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임대 거부한 적 없고 무단사용이 문제"
-SK, "설비 독점해 임대 거부 등 횡포 심각"
KT-KTF 합병을 둘러싼 KT와 SK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KT의 필수설비 독점 및 임대 거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KT와 SK는 각각 '무단사용', '횡포'를 주장하며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가 KT의 통신주·관로 등 '의무제공설비'에 대한 임대 거부를 문제 삼자 KT는 SK브로드밴드의 통신주 무단사용 문제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았다.
서정주 KT 부사장이 최근 모 라디오방송에서 "필수설비를 거부한 적이 없다. 경쟁업체들이 공짜로 사용하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KT와 SK의 설전이 시작됐다.
서 부사장의 발언에 대해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KT에 481건의 통신주 임대 요청을 했으나 이중 416건(86%)이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필수설비를 독점한 KT가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KT는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통신주 임대를 요청한 적이 전혀 없는데 지난해 11월 갑자기 480여 건의 임대 요청을 했다"며 "이는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까지 9만건에 이르는 통신주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적발되자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KT는 SK브로드밴드와 지난해 말부터 9만건(통신주 4만6000개)의 자사 통신주 무단 사용에 대한 위약금 등 사용료 문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현재 KT는 통신주 370만개 중 35만개를 임대해주고 있다"며 "임대 거부를 한 것은 모두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SK브로드밴드가 임대 문제를 제기하려면 한전 얘기도 나와야 하는데 지난해 무더기로 임대 요청을 한 후 고의적으로 KT의 임대 거부 문제만 제기한 속셈은 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KT의 통신주 일부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KT가 그동안 임대 요청을 대부분 거부해왔고, 임대 요청을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려 '선설치 후결제'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이후에 임대계약을 하려고 했으나 KT가 거부해 무단사용이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신주를 무단으로 사용하더라도 KT는 위약금으로 기본 사용료에 2~3배를 받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공기업이던 KT가 중복투자를 위해 단독으로 설치한 필수설비를 독점하고도 이를 임대하지 않으면서 후발사업자들이 어쩔 수 없이 무단 사용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등 후발사업들은 KT 이외에 한전과도 과거 필수설비 무단 사용 문제가 있었지만 현재 모두 해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KT의 '필수시설' 독점 문제가 유선시장에서 오래전부터 불거진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KT와 SK의 신경전은 합병과 관련해 SK측이 KT의 '시내망 분리'를 조건으로 붙이기 위한 사전작업의 성격으로 풀이하고 있다.
KT가 KTF와의 합병을 의결한 직후부터 이석채 KT 사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이제는 양측이 '무단사용', '횡포'를 거론하며 강도 높은 설전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진흙탕 싸움'이 예고된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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