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보험그룹인 AIG의 실적 악화와 추가 구제금융, 동유럽 국가의 위기, 세계 경기 침체의 가속 등으로 뉴욕 증시와 유럽 증시가 추락한 것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의 외화 유동성에 대한 일부 외신의 부정적 시각과 국내 경기 악화까지 가세하며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재가 국내외 곳곳에 널려 있어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공포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 환율.주가, 미국발 악재에 휘청
이날 원.달러 환율이 나흘째 급등하며 1,600선에 다가서고 코스피지수가 장중 1,000선이 무너진 것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가 동반 매도에 나서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고 외화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AIG가 작년 4분기 616억6천만 달러의 손실을 내며 파산 위기에 처했고 이에 따라 미 정부가 추가 구제금융에 나선다는 소식에 다우지수 7,000선이 붕괴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2월 제조업지수가 13개월째 기준치인 50을 밑돈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이 때문에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월 0.5%로 낮춘 올해 세계경제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추가 하향 조정하겠다고 시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1월 산업생산이 25.6% 급감하며 사상 최악을 기록한 것은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3월에 은행권 외화차입금 만기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일부 외신의 보도는 정부의 일축에도 환율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일 4.65%로 지난 주말보다 0.28%포인트 상승하면서 외화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미국발 악재에 주가.환율 '휘청'
◇ "3월 고비..금융 불안 지속"
미국과 동유럽발 금융 불안이 커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외화유동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은행들의 외채 만기 도래로 외환시장이 불안하다"며 "여기에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국내 금융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다음 주까지 실적을 발표하면서 손실 규모가 드러날 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융 불안이 진정될지는 3월 말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성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은행의 외채 만기는 상당 부분 차환될 것으로 보지만 절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동유럽발 금융위기까지 작용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악재로 국내 금융시장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과 주가가 어느 선에서 지켜질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와 국내외 증시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상승 폭은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SK증권 염상훈 연구원은 "환율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미국발 악재와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악화, 은행들의 자본 취약성 문제가 겹쳐 금융시장이 당분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의 취약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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