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 위기극복 동참 위해 필요 주장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勞使民政) 2·23 대타협 이행 실태를 점검하기 위한 협의체가 내주 첫 회의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노조가 위기 극복을 위해 임금 위임과 동결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대차 노조도 임금동결 물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지난 5일 전향적 차원에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로 한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문제는 집행부와 조합원 사이에 인식차가 크다는 점.
자신을 ‘참일꾼’이라고 칭한 이는 9일 현대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이하 민투위)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한마음으로 대처하는 사례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노조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 공장이 위치한 울산지역 일부 기업체의 노조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에 임금 결정을 위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0일 울산노동지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초까지 지역 기업체 10곳이 임금동결·위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요구안을 회사에 위임했고, 회사는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삼성석유화학과 삼성SDI, 삼성비피화학 등 울산지역 삼성계열사 3곳 노사도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화학제품 생산업체인 한국바스프 화성공장 노사도 임금동결과 함께 올해 호봉승급분을 반납했다.
금호석유화학 울산 고무공장과 울산 수지공장 노사도 각각 올해 임금 및 단협을 동결·유예했다. 지난 5일에는 민노총 울산지역본부 산하 사업장 최초로 폐기물 처리업체 ㈜NCC노사가 임금 동결, 고용 보장 협약을 맺었다.
현대차 노조에 대해 조합원들이 임금 위임과 같은 전향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동자들의 입김이 센 울산지역의 기업체 노사가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지역 노조의 전향적 자세를 봤음에도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걸었다. 이달 내내 전주공장 주간연속2교대제, 노사협의회, 물량이관 등 현안에 집중한다는 꽉 막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9일 쟁대위 속보를 통해 “3월에도 사측이 변화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현자지부는 이미 밝혔듯 임단투 합법적 투쟁을 통해 쟁취할 수밖에 없다. 공멸이냐, 공생이냐 사측은 이제 분명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협조의 뜻이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반면 집행부의 생각과 달리 조합원들은 임단협을 회사에 일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자신을 ‘노동해방’이라고 소개한 이는 민투위 게시판에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하되, 대신 경영층이 임금을 전액 반납하고, 관리자들도 일정부분 자발적인 임금 반납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2007년 민투위 출신의 강경파였던 당시 이상욱 위원장이 10년 만에 최초로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 한 사례를 들며, 줄건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는 현실감각을 현 집행부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 자동차 업계가 정부에 손을 벌릴 만큼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약진은 상상 이상의 결과다”라며 “노조의 전향적 자세가 뒷받침 될 경우 내년께 차 산업이 되살아날 때쯤에는 현재보다 위상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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