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염려해줬던 고객들을 위해 그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도록 경영에 매진하겠습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지난달 10일 '한일합섬 불법인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의지를 보였다.
◆상황 급반전
현 회장은 지난 2007년 동양그룹의 비전으로 3대 성장축(금융·건설·레저) 육성을 제시하며 핵심과제로 동양생명 상장과 지주사 전환을 꼽았다.
현 회장이 핵심과제로 동양생명 상장과 지주사 전환을 지목한 이유는 동양생명 상장을 거쳐 지주사 전환 후 확보한 자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현 회장의 장밋빛 구상은 한일합섬 불법인수 혐의로 재판에 휘말리며 사그라졌다.
현 회장은 6개월 동안 부산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여하느라 그룹 경영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고, 때마침 건설경기침체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악재를 맞아야 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무죄 판결로 동양생명 상장과 동양메이저 중심의 지주사 전환에 매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동양생명 역시 지난해 134% 대로 떨어진 지급여력비율을 상장요건인 150%로 끌어올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해 현 회장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이번 유상 증자에는 일본 타이요 생명보험(503억원), 동양증권(350억원) 등이 참여해 총 1250억의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로 지급여력비율도 160% 이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지급여력비율 개선은 올 하반기에 (동양생명) 상장을 위한 사전작업이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권이 금융지주회사법을 포함한 '금산분리 완화안'을 다음 달까지 합의 처리키로 한 점도 현 회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소유와 금융지주회사의 제조업 자회사 소유를 허용해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은 연구원은 "동양생명을 상장할 경우 동양메이저가 100% 지분을 소유한 동양캐피탈이 동양생명 지분을 팔고, 동양메이저와 동양캐피탈이 합병하면 동양종금증권이 자회사로 편입된다"며 "이를 통해 순환출자가 해소되며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어 "동양생명 상장 시기는 올 10~11월로 예상하고 있다"며 "비록 증시 상황 등의 불안 요소는 있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 (동양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동양그룹이 실질적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를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중 지주회사 체제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심하기는 일러
다만 지주회사로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동양그룹의 앞길에는 △검찰의 항소 △동양메이저의 실적부진 △불안한 증시 상황 등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검찰은 지난 달 12일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피인수기업 자체가 소멸했고, 그 재산이 인수기업의 빚을 상환하는 데 사용됐기 때문에 차입인수 방식(LBO)보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의 지난해 같은 경영 공백과 향후 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의 실적 부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양메이저의 지난해 매출액은 2007년에 비해 50.3% 증가한 571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129억원에서 169억원으로 31.4% 확대됐다. 당기순손실 역시 233억원에서 1777억원으로 660% 늘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불안정한 증시 상황 역시 지주회사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생명을 올 하반기에 상장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주회사 전환계획은 내부적으로 논의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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