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채무를 진 기업들이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돼 주가가 급락하고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불이익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1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5일(한국시간) 끝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신흥국에 불리한 외화환산회계제도 개선을 제의했고 G20 최종보고서에 기본원칙이 반영됐다.
현행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기업과 금융회사가 외화표시 채무를 회계연도 말 기준 환율로 시가평가해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경영실적)에 반영해야 한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이 1천 원일 때 1억 달러를 해외에서 3년 만기 상환조건으로 차입한 기업은 연말 기준 환율이 1천500원으로 뛰면 원화표시 부채가 1천억 원에서 1천5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재무재표에 기재해야 한다.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아 실제 자금압박이 없는데도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외화환산손실(500억 원)이 발생해 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평가 받게 된다.
달러나 유로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지역의 기업들은 외화환산손실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홍콩, 대만,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기업들은 작년 하반기 이후 급격한 환율변동으로 타격을 받았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작년에 막대한 규모의 외환 관련 평가손실을 입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대차대조표상 외화부채의 원화표시 채무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나 손익계산서상 손실로 잡는 회계기준은 개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1천 원에서 1천500원으로 올라 원화표시 대외채무가 1천억 원에서 1천500억 원으로 늘어났을 경우 대차대조표에는 부채규모를 1천500억 원으로 표시하면서 외화환산 평가손익을 순손실이 아닌 자본항목(기타포괄손익)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환율이 단기 급변동해도 외화채무를 진 기업의 손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외화채무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1천200원으로 떨어져 실제 1천200억 원을 상환하게 되면 그해 손익에 200억 원의 손실을 반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외화부채의 환산손익을 경영실적에 반영할 때 회계연도 말 기준 환율이 아니라 연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해 반영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하면 연말에 급격히 환율이 올라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회계기준을 제정, 관리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지배구조 개선도 요구했다. 이 위원회가 미국과 유럽연합(EU) 중심으로 운영돼 신흥국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14명인 IASB 위원은 미국 4명, 영국 3명, 프랑스 2명, 호주.스웨덴.남아공.일본.중국 각 1명 등으로 출자금액이 많은 선진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제안한 외화환산회계제도 개선방향은 IASB에서 실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라며 "논의과정에서 신흥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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