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회 폄하 발언이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데 국회 고유권한인 입법권에 대한 도전행위로 볼 수 있는 정부의 행태까지 더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정치권 및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윤증현 장관은 최근 "국회가 깽판이라 민생법안 처리가 안 된다", "선거는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노골적인 국회 무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윤 장관은 논란이 일자 "'국회 깽판' 발언은 충정에서 나온 것이다. 행정부도 입법부를 향해 의사 표현을 할 기회가 열려 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국회 깽판'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물의를 빚은지 한 달도 안 돼 "지금은 우리가 국가에 무엇을 해줄지를 물어야 할 상황"이라며 "입법부는 나라의 이익과 장래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돌아봐달라"고 또 다시 국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에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규정 폐지를 추진하면서 국회에 충분한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시행 시점을 확정해 여야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여당은 최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를 핵심내용으로 한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주무부처인 재정부가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통과를 전제로, 완화된 양도세액의 적용시점을 지난 16일로 정한 것이다.
물론 법안 통과 전까지는 현행 세액을 계속 적용할 것이며 통과 이후에는 시점을 소급해 인하된 세금만큼의 차액은 환급할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시장에 민감한 세제개편안 등의 경우 발표는 해놓고 실제 시행시점은 늦출 경우 그동안 거래가 동결되는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에도 자동차 개별소비세(특소세) 인하 등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같은 방식을 취해 왔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조치는 그동안 쌓여온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불만과 맞물려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거센 역풍을 낳고 있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윤 장관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 행태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홍사덕 의원은 "윤 장관이 개성이 강한 것은 이해하나 말을 할 때는 점잖게 해야 한다"며 "장관직에 있으면서 향후에는 신중하게 발언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송광호 최고위원도 "윤 장관의 말에 정치권이 자기 성찰할 필요는 있으나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 최고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관련, "현재 장관자리에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윤 장관이 당을 무시하고 서민·중산층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자기가 하고픈 대로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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