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 1만7818㎢, 인구 340만 명. 서아시아 페르시아만에 위치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얘기다. 면적이 경상북도 크기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석유 하나로 세계적인 부자 반열에 오른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쿠웨이트로부터 최근 기분이 좋지 않은 뉴스가 날아들었다.
초대형 해외공사 수주로 주목을 받았던 쿠웨이트 알주르 제4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를 취소한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 공사는 총 사업비가 140억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플랜트 공사. 지난해 5월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가 발주한 이 입찰에서 국내 업체들이 4개 사업을 모두 수주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총 수주금액만 63억6000만달러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건설에서 수주한 금액은 476억달러. 이 가운데 중동지역 수주금액이 272억달러로 전체의 57%에 달한다.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금액은 74억4000만달러(15.8%)로 국가별 수주실적에서는 48억달러를 기록한 같은 서아시아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제치고 앞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취소 건을 반영하게 되면 쿠웨이트 수주는 11억달러로 쪼그라들게 된다.
이번 수주 취소로 당장 우리 건설업체들에게 돌아오는 큰 피해는 없다. 계약금과 기성금을 미리 받고, 해당하는 만큼 일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말부터 프로젝트 수주를 취소한다 안한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취소가 결정되고나니 오히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한 측면도 있다"고 아쉬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수주 취소로 인한 당장의 피해는 없다고 하지만 그만큼 일감이 사라진 것이다. 쿠웨이트 경제가 다시 회복이 된다고 해도 또다시 수주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 또 수주를 한다고 해도 프로젝트의 단가가 내려갈 가능성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상당수 중동국가들이 대형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해외건설 수주액은 400억달러. 이같은 어려움을 반영해 수주 목표를 낮춰 잡은 것이다.
제2의 중동 '붐'이라고 할 정도로 해외건설은 최근 몇년간 우리 경제에 큰 역할을 해왔던 '효자'분야다. 시장 다변화 등 건설업체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정부차원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자원외교처럼 수주외교에도 더 신경을 쓰자. 쿠웨이트 건설시장의 중요성 때문에 지난해 국토해양부장관이 현지를 방문해 한국 건설업체들에 대한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부터라도 단발성이 아니라 정략적인 방안이 필요할 때다.
특히 세계 각국이 경기불황 여파로 민간 개발 사업이 위축되면서 우리처럼 공공사업 즉, '뉴딜형'사업으로 경기 진작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사업인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 시 수출입은행이나 수출보험공사 등에서 이뤄지는 보증지원 문제 등 실질적인 분야에서의 지원 방안도 새롭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배부를 때 배고픔을 대비해야 하는데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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