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처리, “4월국회도 물 건너가나”

與 ‘막나가기’, 野 ‘발목잡기’…‘용산국회’ 재현 유력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미처리 된 미디어법과 은행법 등 쟁점법안 처리가 4월 임시국회에서도 무산될 위기다. 

박연차 파문에 의한 검찰수사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는 마당에 여야 모두 이재오-정동영 등 거물복귀에 따른 내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김형오 국회의장이 4월 국회 ‘선(先)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를 강조한 데다 말미엔 4·29재보선까지 겹쳐 사실상 쟁점법을 처리할 시간이 전무후무하다.

◆빡빡한 4월 임시국회 일정

“저작권법, 디지털방송전환법, 은행법(금산분리 완화), 금융지주회사법, 산업은행법(산은 민영화), 주공토공법(주공·토공 통폐합), 토지임대부분양주택법(반값아파트)…”

4월 국회에서 논의될 주요쟁점법안들이다. 이중에는 당초 여야가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가 끝내 미처리 된 법안도 있다. 결론적으로 여야가 쉽게 합의를 이룰만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4월 국회가 시작 된다 해도 여야가 법안을 협의할 시간조차 없다는 점이다.

여야 협상 난조로 일정은 잡히지 않았으나 4월 국회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다.

이 역시 추경 규모와 재원조달 부문에서 여야 격론이 예상되는 상황에 오는 4월 29일에는 재보선까지 치른다. 도중에 대정부질문도 소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설상가상으로 각 당은 ‘박연차 로비’로 검찰수사에 떨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이재오-정동영 등 거물정치인 복귀로 당 내분까지 표면화 되고 있어 상대당에 신경 쓸 여력조차 없다.

한 수석전문위원은 “4월 국회는 추경-대정부질문-상임위별 법안심사-재보선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전례를 봐도 추경 등에서의 여야 격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법안을 논의할 기간은 많이 잡아봐야 일주일 정도”라고 말했다.

◆‘용산국회 2탄’ 되나

‘박연차 로비’에 따른 4월 국회 여야전략도 법안처리를 방해할 하나의 요소다.

한나라당은 박연차 후폭풍에서 최대한 벗어나기 위해 이번 임시국회를 경제살리기로 규정, 속도전을 감행할 방침이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표적수사를 겨냥해 특별검사제 및 국정조사 도입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박연차 리스트’를 노무현 정부의 정치부패로 규정하면서 “4월 국회 일정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 표적수사에 대한 선 사과 없이는 법안처리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간 절약을 위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긴급현안질의로 대체하자는 주장까지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에 4월 임시국회가 지난 2월 ‘용산국회’와 닮은 양상으로 전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여당은 신속한 법안처리를 위해 단독상정 등 수단을 가리지 않고, 야당은 다른 현안과 연계한 ‘발목잡기’가 재현되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번 임시국회는 유난히 변수가 많아 여야 모두 어느 때보다 힘든 일정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안광석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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