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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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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3-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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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택 예술의 전당 사무차장

근래에 들어와 보다 낳은 삶과 미래를 위해 교육과 예술의 기능을 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특히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예술은 이미 공공자원 개념으로 취급되고 있다.

공공자원이 되었다는 것은 특정인이 소유한 재산이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가 소유하고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국공립극장이나 전시장과 같은 예술현장도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의 공공자원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개념은 예술분야에 대한 기부문화의 정당성을 확보해준다.

예술은 가시적인 생산성이 없는 분야로 쉽게 정책적인 예산분배나 발전정책에서 제외되기 쉬워 소홀한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예술기관들이 뜻있는 독지가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이나 후원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린다. 어떤 예술기관은 후원금 유치실적에 따라 기관장을 교체하기도 하고 후원금유치를 위하여 60명이 넘는 이사진을 두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자. 다행히 문화예술을 기업의 이윤추구활동과 접목시키는 기업들의 선진화 된 문화마케팅 덕분에 지속적인 후원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대중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예술을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게으른 베짱이처럼 생각해 교육이나 사회소외계층을 돕는 분야에 비해서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문화예술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나라의 문화예술분야 후원사례를 보더라도 1980년대 말까지는 기업으로부터의 필랜스로피에 주로 의존했지만 1990년대부터는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의 일환인 마케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경우 청교도 정신 때문에 기업의 무조건적인 문화예술지원이 정당화될 수 있었으나 경제 환경과 소비자 성향 변화로 인해 예술분야도 이내 기업의 상품이 되었다. 기업은 문화예술이 자사의 매출을 향상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다는 데이터를 축적하였고, 이를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상품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들의 사세를 확장시키고 부를 늘리는데 활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선진국의 경우 문화예술기관은 운영재원 확보를 위하여 기업으로부터의 후원을 유치하는데 주력하고, 기업은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줄 수 있는 적절한 문화상품이나 예술기관을 찾는다.

상대방이 없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지점을 ‘스위트 스팟’이라고 하는데, 문화선진국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과 예술기관들은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그 관계를 발전시킨다. 이러한 스위트 스팟이 형성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소비자의 구매력에서 기인한다.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기업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기업은 소비자에게 인정받기위한 일환으로 소비자가 자사나 자사의 제품에 호감을 갖도록 하는데 문화예술을 이용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대중과 소비자의 범위는 거의 일치한다. 이에 기업이 예술을 상품화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대중의 의견을 수용하고 경영에 반영한 것이다.

‘스위트 스팟’을 굳이 우리말로 바꾼다면 아마도 ‘합의점’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합의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과거 우리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것은 의식주와 같이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요소들이었기에 예술은 필수 소비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물질적인 요소 보다는 정신세계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예술이나 철학과 같은 제3의 요소가 중시되기 시작했다. 고도로 발전한 생산구조로 인해 생필품에 대한 간절함은 먼 과거의 얘기처럼 되어버렸다. 따라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어내려는 시도들이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예술은 현대인이 삶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욕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에 예술분야는 기업의 입장에서 자사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매력 있는 상품임에는 틀림없다.

현대인들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예술을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술이 윤택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의 입장에선 생존이 가장 급박한 과제이고 뜻있는 독지가 입장에서도 삶을 영위하는데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재화의 공급이 더욱 시급한 선결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예술은 시대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사의 거울 역할도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글이나 말로 표현이 어려운 추상적인 상황을 형용사적인 개념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매체가 예술이 아닐까 한다.

또한 삶을 살아가면서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특효약도 예술이 아닐까 한다. 그 이유는 예술은 사람의 감정인 희·노·애·락·애·오·욕인 칠정이 재료가 되어 생산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상처받은 마을을 어루만져 줄 수 있고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선사해 줄 수 있다. 이러한 이유가 바로 어려울수록 예술을 후원하고 육성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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