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잇따른 금리인하로 은행권에서 매력을 잃은 자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은행의 총수신은 11조원 이상 급감했다. 반면 고객예탁금을 비롯해 증시자금은 크게 증가했다.
금융시장에서 대대적인 자금 이동이 일어나면서 은행권의 유동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한 상황이다. 일부 은행에서는 원화대출이 총수신을 넘어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현재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 등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농협 등 7개 주요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838조14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에 비해 11조2611억원(1.3%) 감소한 것이다.
특히 '개혁 칼바람'이 불고 있는 농협의 총수신 잔액이 전월 대비 3조9353억원(3.0%) 감소한 129조457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증시로의 자금 이동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고객예탁금은 전월 대비 25.6% 증가한 12조9422억 원을 기록했다.
수신은 줄고 있지만 원화대출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특히 문제라는 지적이다. 주요 7개 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75조90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3조480억원(0.4%) 감소한 것으로 올들어서만 11조1564억원(1.5%) 줄었다.
중소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수신이 줄면서 은행권의 원화 유동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1위인 국민은행의 원화대출은 지난달 말 179조626억원을 기록해 총수신보다 5조7211억원 많았다. 이같은 격차는 전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편 은행권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우려처럼 자금 이탈 현상이 심화되지는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3월말 수신잔액이 전월 대비 7000억원 정도 줄었지만 나름대로 선방했다"면서 "시중의 대기자금이 증시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지만 국민은행의 경우 자금 이탈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협 역시 시중은행에 비해 실제 수신은 크게 줄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금고예금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조기집행 압력이 들어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출이 수신을 넘어설 경우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금리 하락과 증시 강세 현상으로 은행 예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금융채 등 시장성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이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성 수신이 증가하면 시장금리와 연계된 대출금리 역시 상승 압박을 받는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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