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EU FTA 결렬이 오히려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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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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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표 불온서적'의 저자인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3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나와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결렬된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EU FTA는 후진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쟁점에서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했던 한·EU FTA 협상은 지난 2일 열린 통상장관회담에서 관세환급 문제로 최종 타결에 실패했다.

당초 양측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영국 런던에서 갖기로 한 통상장관회담에서 관세환급 문제를 일단락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음 회담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2시간 반만에 회담을 마쳤다.

관세환급 문제는 협상 초기부터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다른 사안이었다. 가공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관세환급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EU 역시 추후 다른 나라와 FTA를 맺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관세환급 폐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관세환급 문제에 대한 우리 측 반응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EU가 지난 2년여를 끌고 왔던 협상을 막판에 와서 일부러 깨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세환급을 빌미로 다른 분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도 관세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EU 측에 양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부처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장 교수의 말처럼 이번 협상이 일단 무산된 것은 우리 측으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다. 숨가쁘게 진행해 온 릴레이 협상의 고삐를 잠시 풀고 전반적인 협상 전략과 한·EU FTA 체결에 따른 산업별 손익분기점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반(反) 보후무역주의 선봉장을 자처한 우리 정부가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수단으로 한·EU FTA를 이용해 협상단을 압박해 또 다른 졸속 협상을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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