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침체를 억제하기 위해 중소기업 지원 활성화 정책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30조9000억원 규모의 보증 전액에 대한 만기 연장과 보증심사 기간 단축 등 정부는 중기 살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 위주의 중기 지원과 무분별한 대출로 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보증기관의 신규 보증서 발급 건수는 13만6962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1배 늘어난 것으로 같은 기간 신규 보증은 전년의 4.8배에 달하는 1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보증 신청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심사가 절반 수준으로 단축됐다는 사실이다. 신용보증기금의 5000만원 이하 심사는 기존 5일, 5000만~1억원은 8일, 1억원 초과는 10일 이내였지만 3월부터 1억원 이하는 3일, 1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7일 이내 처리하도록 변경됐다.
건당 7~8일이 소요됐던 평균 심사 기간이 4일 이내로 단축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었지만 부실 가능성은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부실 가능성은 신보의 보증부실률을 의미하는 사고율 급등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신보의 사고율은 지난 연말 5.1%를 기록했지만 1월 들어 8.6%로 높아졌고 2월에도 8%를 넘어섰다.
은행권 역시 중기대출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과의 외화지급보증 양해각서(MOU)에 따라 중기대출 비율을 맞추려면 신용위험에도 불구하고 중기 대출 조건을 완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중기 원화대출 증가액은 2월 1조5000억원에서 3월 2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권에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연말 대비 중기 원화대출은 3월말 기준 3조원 이상 증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경우 매월 대출 증가액이 1조원 정도"라면서 "심사를 통해 신용위험을 커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를 반영하면 신용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지원 확대로 부도업체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중기대출 연체율은 높아지고 있다. 긴급 자금 지원으로 한숨을 돌린 기업은 많지만 원리금도 갚지 못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연말 345개를 기록한 부도업체 수는 1월에는 262개, 2월에는 203개로 줄었다.
반면 은행권 중기 대출 연체율은 올들어 크게 높아지면서 2월 2.67%로 뛰어올랐다. 은행권 중기 연체율은 지난해 6월에는 1.14%, 연말에는 1.7%를 기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던 건설사 중 일부가 신규 자금 지원까지 받았지만 올해 신용위험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유동성 지원 과정에서 경쟁력보다는 정치력이 우선시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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