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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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4-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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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개발 투자-기업 성공 상관관계 없어"…'연구'보다는 '개발'이 중요

생존이냐, 미래를 위한 투자냐. 금융위기 충격으로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의 고민이다.

초대형 글로벌 기업과 은행들이 잇달아 무너지는 것을 보면 살아남는 것만도 감지덕지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멈추지 않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초일류 기업들의 행보에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GE와 MS는 임금을 삭감하고 인력을 줄이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R&D 예산은 동결하거나 오히려 늘렸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한 R&D 투자를 통해 혁신을 이뤄야 불황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R&D 투자 규모와 기업의 성공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소개했다. 윌리엄 더건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부교수는 "마케팅 및 기업 운영 예산이 R&D 예산보다 기업의 성공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R&D 예산이 신성불가침한 것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R&D 중에서도 'R(연구)'보다는 'D(개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가치'가 발생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활동의 핵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황금알을 낳는 게 거위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오해"라고 덧붙였다.

더건은 또 기업들이 R&D 성과를 결코 공개하거나 팔 수 없는 비법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이라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R&D에 성공했다는 것은 누군가가 실제로 무언가를 발견하고 기업이 이를 통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 이상 '비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GE는 지난 2001년 잭 웰치가 회장에서 물러나기 전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찾는데 집중했다고 더건은 설명했다. 이른바 '합법적인 표절'로 불리는 이 방식은 다른 기업이 돈을 들여 개발해낸 기술을 남들보다 먼저 사들여 응용하거나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는 엑손모빌 역시 다른 기업들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기울일 때도 흔들림 없이 석유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풍력개발이 대세로 떠오르면 엑손은 관련 기술을 사들일 것"이라며 "이들은 연구기관이 아니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더건은 또 다른 사례로 과학기술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러시아는 투자 성과를 사업상의 성공으로 연결하지 못했지만 기술 부문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싱가포르는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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