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사무엘상 17장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대한 일화가 있다. 이에 따르면 기원전 1000년, 3m에 가까운 신장의 전사 골리앗과 20세도 채 안된 양치기 다윗은 1대 1로 싸우게 된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도 3000년 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재현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이베이는 지난 2001년 옥션을 인수한 데 이어 G마켓 지분 34.21%를 사들이며 사실상 G마켓의 실소유주가 됐다.
이베이는 이를 한국시간으로 16일 오전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이로써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놓고 거래액 7조원,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G마켓-옥션의 '골리앗'과 거래액 5000억원 점유율 7%에 불과한 11번가 '다윗'의 싸움은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G마켓과 옥션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가입자 수가 둘 다 1500만 명을 넘는다. 국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두 사이트에 모두 가입돼 있는 셈이다. G마켓의 경우 월 방문자 수도 1800만 명에 달한다.
사이트 영향력 역시 야후를 제치고 네이버-다음-네이트-싸이에 이어 5위로 올라선다. 이 영향력은 곧 광고효과로 이어져 온라인몰의 포털화를 한층 앞당기게 될 수도 있다.
또 경쟁관계에 있던 두 업체가 한 깃발 아래 모이며 마케팅 비용이 줄게 돼, 수익성 향상도 기대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사업 구조조정, 수수료 인상 등도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의 진입장벽은 생각보다 높아 당분간 타 업체의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GS홈쇼핑과 CJ홈쇼핑도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했으나 각각 2007, 2008년에 연이어 사업을 접었다.
반면 지난해 2월 SK텔레콤이 설립한 11번가는 지난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 점유율(7%) 및 가입자 수(500만 명)를 늘이며 비교적 선전했다. 하지만 아직 G마켓-옥션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때문에 11번가의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한 관계자는 "11번가는 지금까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데다 이번 합병으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며 "과거 GS이스토어나 엠플온라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듯 반전의 가능성도 있다.
우선 공정위는 이베이의 G마켓 인수에 대해 3년 간 거래수수료 인상 등을 제한했다. 때문에 11번가가 이 3년간 지금 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여론이 이번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것도 11번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많은 네티즌이 한국 오픈마켓 대부분이 해외 시장으로 넘어간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관건은 11번가모회사 SK텔레콤의 지원사격이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다윗이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끝나지만, 성서에 따르면 이 역시 '누군가'의 힘이 컸다.
최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시장에 돌았던 11번가 분사에 대해 "그보다는 스스로 전투력을 키워라라고 말했다"며 향후에도 계속 지원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또 최태원 SK텔레콤 회장도 온라인을 통한 유통, 즉 이커머시스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향후 OK캐쉬백, 브로드밴드, 모바일 쇼핑 등 SK텔레콤의 자원을 활용 큰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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