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원하는 은행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나서는 등 미국 대형 은행들에 대한 재무 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미 정가와 금융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오바마, "추가 지원 앞서 '책임' 묻겠다" =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주정상회담 참석차 방문한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을 결과를 알 수 없는 블랙홀에 쏟아 붓지는 않겠다"며 "추가 자금이 필요한 은행들에 대해선 책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처한 상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테스트 결과 알게 될 것"이라며 "투명성과 책임을 확실히 해 각 은행의 수준에 맞는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와 금융규제당국은 다음달 4일 19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테스트 대상엔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 메트라이프 등이 포함돼 있다.
테스트 결과는 구제금융이 더 필요한 은행을 선정하고 7000억 달러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의 증액 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스트레스 받는 금융권 =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고문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일부 은행들은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 매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스트 결과 일부 은행이 부실로 판명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 등은 앞서 지원 받은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씨티그룹이나 BoA는 실적 호조를 자신하면서도 공적자금 상환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신용카드나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관련한 부실 자산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은행의 깜짝 실적이 분식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이날 씨티그룹이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은 분식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씨티그룹이 자사가 발행한 채권의 시장가격이 떨어진 경우 기존 가격과의 차액을 이익으로 계상하는 '신용 가치 조정'을 통해 27억 달러를 이익으로 계상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법은 기업이 가치가 떨어진 자사 채권을 재매입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용인되지만 신문은 씨티가 자사 채권을 매입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른 무리수로 평가하고 테스트 결과가 오히려 금융권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테스트 결과 발표 뒤 후폭풍오나 = 테스트 결과 발표에 뛰따를 조치에 대한 관심도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스트 결과 19개 은행이 A~D 4개 등급으로 분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자립 생존이 불가능한 D등급의 경우 국유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공적자금 추가 지원이나 국유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ABC방송에 나와 "정부는 의회에 추가적인 연방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며 "정부는 미국 은행들의 국유화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정부가 기존에 은행들에 지원한 공적자금을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정부가 의회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기 위해 금융권에 이미 지원한 공적자금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추가 자금 지원 없이 자본금을 1000억 달러 이상 늘릴 수 있고 정부도 은행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도 NBC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지원을 요청한 은행들에 대한 자금은 주식을 발행하는 민간 시장으로부터 나올 것"이라며 "은행들은 우선적으로 민간 시장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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