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 간 역할분담 조정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9일 사장단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의에서 사장들이 계열사의 중복사업을 조정·논의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올해 들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삼성MD), 삼성디지털이미징, 삼성LED 등 신규법인을 출범하며 계열사 간 중복사업을 조정하는 한편, 최근 각광받고 있는 사업에 역량을 모을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먼저 삼성MD와 삼성LED는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50대 50으로 투자해 성장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삼성MD는 중소형LCD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생산에 집중한다. 삼성LED 역시 최근 저전력·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LED 기술 성장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기도 디스플레이와 그린 에너지 등으로 양분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 그린 에너지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삼성테크윈이 담당하던 디지털카메라 사업 역시 새롭게 신설된 삼성디지털이미징이 전담한다. 이에 따라 삼성테크윈은 사업 구성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용이해졌다. 디지털카메라 사업 역시 삼성전자의 영업망을 활용함으로써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중복사업 조정 및 계열사 구조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장단회의를 통해 추가적인 조정 목소리가 높아졌다.
올해 초 진행된 계열사 조정에 이은 이번 2차 조정에서는 ‘영상보안’ 사업이 우선적으로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 영상보안 시장 규모는 415억 달러 수준으로 매년 15% 이상의 고속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삼성테크윈으로 양분된 해당 사업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그룹 내부의 지적이다.
삼성은 영상보안 사업 외에도 그린 에너지 사업에 대한 조정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각 계열사 별로 진행하고 있는 그린 에너지 사업도 그룹 차원의 조정을 통해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장단협의회에서 모아진 의견을 통합, 계열사 내 중복사업에 대한 조사를 거쳐 투자조정위원회에서 최종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시스템 통합(SI)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SDS와 네트워크 통합(NI)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네트웍스의 합병 역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경쟁사들이 SI와 NI 업무를 함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김인 사장이 양사의 대표이사 직을 맡은 것도 합병을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삼성에버랜드와 신라호텔의 외식사업 역시 시너지효과 여부를 검토한 후 통합될 전망이다.
한편 조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계열사 관계자는 “중복사업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밝힌 뒤 “각 조직 별로 사업분야가 다소 다르고, 문화와 시스템 역시 차이가 있는 만큼 충분한 검토를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통합 속도도 너무 성급하게 진행하면 부작용 역시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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