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운영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인 실적을 강조하는 미국 기업에서도 이미 팀 문화는 신성불가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평적인 팀 문화가 보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산출해 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화합과 동기부여, 경쟁 방식 등 팀 운영에 필요한 요소들이 잘못 배합되면 팀은 기대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직 전체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주기 쉽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신호(5월호)에서 리처드 해크먼 하버드대 사회 및 조직 심리학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효율적인 팀 운영 기법을 소개했다.
해크먼 교수는 무엇보다 팀을 구성할 때는 냉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인의 능력이나 개인적인 호불호만 따져 팀을 구성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례로 한 대형 금융기업은 임원회의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시켰다. 그는 개인적으로 출중한 능력을 가졌지만 팀워크를 통해 공동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참여하지 않아도 임원회의는 무리없이 운영됐다. 회의 전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CFO와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회의 때 이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팀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팀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됐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의외로 팀의 경계가 불투명하다는 게 해크먼 교수의 지적이다.
실제로 그가 전 세계 기업 내 120개 팀을 상대로 공동 조사한 바로는 팀 구성원 가운데 자신이 속한 팀의 조직 구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이는 10%에 못 미쳤다.
팀의 경계가 모호하면 구성원들은 팀이 협업을 통해 성취해 내야 할 게 무엇인지 헷갈려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집을 짓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팀워크를 통해 집을 빨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목적 의식을 잃으면 혼자 짓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팀원들의 좌충우돌을 막으려면 팀 리더는 뚜렷한 방향을 설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의미에서 해크먼은 팀의 조직 구성을 확고히 한 뒤에는 팀원을 자주 바꾸지 말고 팀 규모는 두자릿수 이하로 조직하라고 조언했다.
해크먼은 또 일단 팀이 꾸려졌다면 팀원 개인보다는 그룹 전체의 성과를 높이는 데 주력하라고 강조했다. 성과가 떨어지는 팀원에게 매달려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팀이 공동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 성과를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팀에 새로운 과제가 떨어지면 전체 미팅을 통해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중간 점검에서는 개인별 성과를 검토하고 전략에도 수정을 가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마지막 단계다. 과제를 마무리하면서 전체 작업에 대한 평가와 아울러 다음 과제 수행을 위해 팀원 개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확실히 해두는 것이다.
팀이 공동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라고 해서 팀원 모두가 언제나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팀의 성과를 높이려면 모두가 '그렇다'라고 얘기할 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팀원을 보호하라는 게 해크먼의 지적이다.
괴짜는 다른 팀원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창의적인 대안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팀 내 경쟁심을 유발해 전체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해크먼은 팀을 이끄는 최선의 방법은 따로 없다며 다른 이의 리더십을 무조건 추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보다는 자신의 강점과 단점을 총동원한 뒤 나온 성과를 통해 강점은 강점대로 키우고 단점만 따로 보완하라는 설명이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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