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와 GM대우를 한데 묶어 국내 대기업이나 해외에 넘기는 3자 매각은 올해 초 처음 언급됐다. 이후 국내 업계에서는 최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경영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어 예단하기는 이르다.
최근의 시장 재편 시나리오의 핵심은 완벽에 가까운 조합이다. GM대우와 쌍용차는 각각 중소형차와 SUV·대형차에서 강점을 지녔다. 빈자리를 서로 메울 수 있어 새 주인을 찾는 것도 훨씬 수월하다. 채권은행인 산은이 두 회사를 합쳐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또 국가 전체로 보면 하나의 메이커에 기대는 것 보다 3각 구도로 시장이 재편되는 게 경제적이다. 소모적 경쟁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반대로 발전적 경쟁도 가능하다. 위기에 강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3각 구도, 현대·기아차에 손해?
GM대우는 산은이 2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모기업 GM이 경영에 책임을 지고 손을 뗄 경우 산은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는 쌍용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는 마음이 편치 않은 조합이다. 또 하나의 대항마는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다. 매각이 가시화 되면 내수 점유율 변화도 불가피하다. 올해 4월 기준 내수 점유율은 GM대우 7.3%, 쌍용차 2.1%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점유율이 9.4%로 르노삼성(9.1%)을 제치고 일거에 2위로 올라선다.
10% 미만의 점유율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현대·기아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어 경쟁구도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10여년 만에 독점 체제가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는 덤.
용대인 한화증권 연구원은 “(GM대우와 쌍용차가 묶여 매각될 경우)한국 자동차 내수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현대·기아차의 독점력이 빠른 속도로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아차가 현대차에 흡수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국 자동차 산업은 ‘독점이 바보를 만든다’는 독점경제학의 폐해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산은 주도의 시장 재편 불가능?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묶음 매각은 부정적인 견해도 있어 실현될지 여부는 장담키 어렵다. 산업은행의 의중이 어디로 갈 것인지도 문제다. 1조원의 지원을 놓고 산은과 GM대우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고, 넘어야 할 가장큰 산인 지분 문제도 골칫거리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생각이 없는 산은 입장에서는 묶음 매각이 구미에 당기는 게 사실이다. 제값 받고 팔려면 몸값을 올리는 게 먼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GM대우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이 두 회사의 조합이 시작되는 때로 보고 있다. 그러나 GM대우 관계사들 문제까지 걸려있어서 끝을 예상하기 어렵다. 두 회사가 합치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도 부담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소형차 경쟁력을 갖춘 GM대우와 생존 가능성이 없는 쌍용차를 합치는 것이 바람직한 조합은 아니다”며 “좋은 조직과 나쁜 조직이 합치면 경쟁력이 떨어져 수익성 없는 브랜드로 전락한다. 우량 매물이 많기 때문에 구매자가 나타날지도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조수홍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두 회사가 합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해외 판매망이 없는 GM대우가 GM의 우산에서 나오면 당장 90%를 넘는 수출 물량이 문제가 된다”며 “삼성이 사들일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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