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가만히 있다 뜬금없이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는 이유가 뭔가요? 민의의 전당 아닙니까?”(본지 기자)
“국회는 대의기관입니다. 제한은 아니고 허락 맡으면 누구든지 가능한데….”(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
국회사무처가 1일부로 정론관(국회기자회견장) 사용(브리핑) 자격을 국회의원, 정당대변인, 국회대변인 및 국회직원으로 제한했다.
그나마 대변인 사용 조건도 황당하다. 의석이 있는 의원들만 허락 없이 브리핑 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단다.
시민단체나 일반인들도 ‘외부인’으로 취급돼 사전에 사무처와 국회의장실 인가를 얻어야 함은 물론이다.
순간 몇 달 전 정론관을 찾은 한 정신지체 장애인의 함몰된 얼굴이 떠오른다. 거동마저 불편한지 주위 부축을 받고 겨우 브리핑 단상에 선 그는 띄엄띄엄 장애인 처우 개선과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분 탓일까. 그의 음성은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서민을 위한다’는 여느 의원들의 말보다 우레와 같은 큰 소리로 와 닿았다.
그의 말투는 매우 어색했지만 청산유수 같은 여느 대변인들의 논평보다도 설득력 있었다.
이밖에도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호소하던 사장님과 시민단체들, 대학 등록금과 관련해 열변을 토하다 끝내 울음을 터트린 여대생 등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기자들조차도 이들을 보며 ‘내가 정말 민의의 전당에 있구나’란 사실을 실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사무처 선언과 함께 ‘국회=민의의 전당’이라는 상식은 산산조각 났다. 군사정권 시대도 아닌데 이제는 ‘검열’ 없이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폭넓은 언론 취재에도 간접적으로 재갈을 물린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국회는 대의기관이라는 사무처 주장도 틀리진 않다. 하지만 당면 정치논리를 앞세워 선후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은 집에 하인이 집주인 행세하면서 기분에 거슬리면 경비 불러 쫓아내겠다는 꼴이다.
그런 차원에서 “아무나 무분별하게 브리핑 하면 기자님들도 기사 작성하시는 데 시끄럽지 않을지…”라는 사무처 홍보기획관의 마지막 멘트는 걸작이다.
너무 고마워 눈물까지 난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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