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근거는 작년 9월ㆍ올해 3월 위기설과 마찬가지로 외국자본 대규모 이탈 가능성이다.
그러나 증권가는 7월 위기설에 대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 한 앞선 위기설에 비해서도 설득력이 빈약하다는 입장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영국ㆍ동유럽발 금융부실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해 한국 경제가 내달 위기에 빠질 것이란 7월 위기설이 홍콩과 중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에 대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신익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발 위험이 제기되면서 외국인이 투자를 줄일 것으로 우려됐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며 "다만 동유럽 부실 우려와 영국발 위험 증가로 외환시장 경색 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하지만 이런 위험 요소가 현실화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이 다시 위기 국면에 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이미 이런 충격에 충분히 방어할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4월 말 기준으로 국내 영국계 자금 채무잔액은 모두 742억 달러에 달했다. 유럽지역 전체 은행에 대한 만기 1년 이내 단기성 채무잔액도 1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5월 말 외환보유액 2677억 달러와 올해 무역수지 흑자기조를 고려하면 이는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규모라고 증권가는 평가했다.
유 연구원은 "영국계 투자자금 742억 달러 가운데 국내은행 외화차입금은 160억 달러"라며 "영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을 한다고 치더라도 직접 부담해야 할 금액은 160억 달러 미만으로 제한된다"고 전했다.
그는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수지 유입이 채무상환에 따른 외화 기근 부담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이 어려움에 빠졌으나 아직 위기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이 좋지 않은 상황에 부닥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위기가 단기간에 표면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이후 국내 외채 규모가 꾸준히 줄면서 펀더멘털도 개선됐다는 점에서 7월 위기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7월 위기설은 영국ㆍ동유럽발 불안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기자금이 국내에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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