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금융프리즘) 한은 vs. 금감원, 밥그룻 싸움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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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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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이 있는데 누가 金을 필요로 하는가"(뉴욕타임스 1999년 5월4일자)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는 증시의 오후 장세를 반전시킨다"(파이낸셜타임스 1999년 5월7일)
"황금시대를 여는 그린스펀의 말"(뉴욕타임스 1998년 9월8일자)

헐리우드의 간판급 영화배우도 아니며 다국적기업의 스타 CEO도 아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극찬의 대상으로 다뤘다.

   
 
민태성 금융부 차장
벤 버냉키 현 의장에게 자리를 넘긴 뒤에는 금융위기를 예상하지 못하고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서 그의 위상은 여전히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린스펀이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경제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경제 감각과 리더십이 첫번째 이유지만 연준이라는 미국의 중앙은행의 수장을 맡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것이다.

연준은 지난 1913년 창설된 FRS(Federal Reserve Systerm)라는 미국의 중앙은행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연준의 성격을 정의하자면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을 혼합한 형태라고 요약할 수 있다. 연준은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목표금리와 재할인율 조정을 통해 물가를 관리하며 전반적인 은행 감독과 연방예금보헙업 등의 주요 업무를 수행한다.

연준이 민간기관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으로서의 본분보다 은행감독을 비롯한 기타 업무를 수행하면서 여러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보유한 감독권한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한은법 개정과 관련,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금감원은 감독기구가 중앙은행에 전세계 최초로 감독권한을 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고 한은은 독립조사권을 확보하지 못할 바에야 금감원과 MOU를 맺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를 포함해 잇따라 정보공유와 관련된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이번달 안에 한두차례 실무급 회담을 가진 뒤 월말께 차관급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금감원 나름대로, 한은은 한은 나름대로 각자 주장에 대한 논리를 꺾지 않고 있다.

금감원 입장에서 한은에 독립조사권을 인정하자니 고유 권한을 빼앗겨 결국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까 우려하고 있고 한은 입장에서는 조사권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인허가권이 없는 한은이 할 수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지난 1997년 한은법 6차 개정안을 통해 은행감독권이 한은으로부터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되면서 생긴 갈등의 씨앗이 커져버렸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중앙은행과 감독당국이 자칫 본분을 잊고 '밥그룻' 싸움에만 치우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공유 문제로 불거진 두 기관의 감정싸움은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 역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금융위기가 최악을 지났다지만 위기가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초인플레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생존을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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