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달러·자본확충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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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6-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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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얼어붙었던 해외 채권 발행 여건이 호전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잇따라 외화차입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또 6월 말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자본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도 속속 발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내부에서는 과도한 각종 규제로 인해 은행들이 한꺼번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금리로 해외차입과 자본 확충에 나서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여건이 언제라도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을 때 충분한 유동성과 자본을 확보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해외차입 봇물
18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달 중 뉴질랜드계 은행에서 리보(Libor)에 3.60%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차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8월쯤에는 해외 주택저당증권(MBS)도 발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4억 달러 규모의 외화 차입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4억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 행사가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어 외화 차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도 오는 7~9월 중 3억~5억 달러 규모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부 지급보증으로 10억 달러의 글로벌채권을 발행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10억 달러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3년 만기 3억 달러 규모의 고정금리부 채권을 정부 보증 없이 발행했다.

◇ 후순위채 발행…자본확충 잇따라
은행들은 또 최근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자본확충을 위해 연 5~8%의 고금리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22∼29일 연 5.95%인 하이브리드채권 3천억 원어치를 판매한다. 금리는 연 5.95%로 3개월마다 한 번씩 이자를 지급한다. 만기는 30년이지만, 콜옵션 조항을 걸어뒀기 때문에 중도상환도 가능하다.

우리은행도 18일까지 3천억 원 한도로 연 5.90% 금리의 후순위채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오는 22일 연 6.20% 고정금리로 2천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채권처럼 매년 확정이자를 지급하고 매매도 가능한 채권과 주식의 중간적 성격을 띠는 상품이다. 후순위채는 기업 파산시 일반 채권보다 권리행사 순위가 후순위이지만 금리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하이브리드채권과 후순위채권은 모두 고금리 상품이지만 각각 기본자본, 보완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은행의 자본확충 용도로 발행된다.

◇ 고금리 발행, 은행권에 부메랑되나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상황이 개선된 상황에서 고금리로 해외차입에 나서고 있어 불필요한 부담만 키우고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시장 여건이 더 개선된 이후 차입에 나서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어 은행의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는 얘기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채 발행시장 여건은 작년 9월 이후 한층 나아진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발행자들은 여전히 고금리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또 자본규제에 발목이 잡혀 후순위채 등을 발행해 고금리 부담이 크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국제 금융시장이 또다시 악화할 수 있는 만큼 미리미리 유동성과 자본을 확보해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은행들이 해외 중장기 차입을 늘려 50%에 육박하던 1년 이하 단기 차입비중이 30%대로 떨어졌으나 외채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들어 최근까지 은행들의 1년 초과 중장기 외화차입규모는 약 200억 달러로, 대부분 기존 채권의 만기 연장이기에 은행권 외채 규모는 달라지 않았다"며 "자금조달이 가능할 때 최대한 중장기 차입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에 올해 말까지 만기 1년 초과 중장기 외화차입-대출 비율을 110%로 맞추라고 지도했다.

금감원은 또 자본확충과 관련해서도 "은행들이 스스로 증자를 피하기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선호하고 있으나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고 이자 부담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세계에서 은행의 자본적정성 규제가 미흡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도 실물경기 회복 이후 글로벌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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