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自然)이라는 말의 뜻은 누구나 다 알듯 ‘스스로 그러하다’이다. 반대로 부자연(不自然)이라는 말은 ‘스스로 그러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최근 대한민국은 녹색이 대세다. 음료에서부터 기업, 나아가 국가 운영 기조까지 녹색이라는 말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욕심과 외형적 성장을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말이다.
현대의 환경운동에 밀알이 된 책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작 ‘월든’이다. 자연환경의 귀중함을 일깨워주고 물질문명이 가져다준 폐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 제목 ‘월든’은 미국 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호수 이름이다. 소로는 이곳에서 밭을 일구고 인간 존재를 묵상하며 하염없이 걷는 일을 즐겼다. 불필요한 욕망을 억제하는 자기 절제를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살았다. 150년 전에 이미 물질문명의 폐해와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꿰뚫어본 것이다.
소로 입장에서 보면 ‘4대강 개발’은 부자연스러움의 대명사다. 온 국민이 하지 말라고 애원했던 대운하를 말만 바꿔 강행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현 정권의 임기 안에 완공하겠다고 한다. 나라의 젖줄을 갈아엎는데 22조 이상을 쏟아 부으면서 말이다.
최근 방한했던 하천 복원의 세계적 석학인 랜돌프 헤스터 교수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두고 선진국에서는 이미 폐기한 방식이라고 일갈했다. 막았던 보와 댐을 허무는 자연 그대로의 복원이 한창이라고 소리 높였다.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선진국에선 20~40여 년 전 폐기된 방식이다.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전락하면 소수 업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게 될 뿐이다”고 말했다.
결국 건설사 잇속만 차리게 되고, 몇몇 땅 부자들의 주머니만 채워줄 것이라는 게 분명하다. 수질이 문제라면 공장 폐수와 생활하수 유입을 막으면 된다. 물이 부족해서라면 도심 곳곳에서 누수 되는 수돗물만 막아도 해결된다. 그러나 정부와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하겠다고 한다.
일찍이 아메리카 인디언이 이런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귄터 쿠너르트(Guenter Kunert)라는 독일 작가가 문명 비판을 하면서 인용한 인디언 추장의 말이다.
“너는 나에게 땅을 경작하라고 명령한다. 내 어찌 칼을 들이대며 어머니의 가슴을 도려낼 수 있는가? 내가 죽으면 그녀는 내가 그녀 곁에서 휴식하는 것을 거절하리라. 너는 나에게 보석을 캐라고 명령한다. 내 어찌 어머니의 피부 속에 있는 뼈를 마구 헤집을 수 있는가? 내가 죽으면 나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그녀의 몸속으로 되돌아 갈 수 없으리라. 너는 나에게 식물을 베고 건초를 만들어 팔라고 명령한다. 하여 백인들처럼 부유하게 되도록. 내 어찌 어머니의 머리칼을 함부로 잘라낼 수 있는가? 그녀는 나의 시신을 동여매리라.”
이제는 자연을 스스로 그러하게 놔둬야 한다. 자연스럽도록 말이다.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자연을 어찌 이길 수 있겠는가?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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