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火傷)과 동상(冬傷) 모두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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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7-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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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축소하는 '대출규제'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강남에서 시작해서 버블세븐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집값 오름세가 정상이 아니라고 보고 이 같은 이상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북권 르네상스와 중랑천 개발 등 개발재료가 있는 서울 강북권의 가격 상승세는 그리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대부분 지역이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20% 정도 오히려 하락한 상태다. 버블세븐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하 등 다양한 마케팅을 내세워 미분양 털기에 나서고 있지만 소화되고 있는 양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국지적인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주택시장의 기초체력(펀드멘털)은 여전히 허약한 상태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은 호재에 따른 반짝 상승일 뿐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쪽 발은 화상(火傷), 또 다른 발은 동상(冬傷)을 입은 상황이다.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난감한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때문에 섣부른 대증요법 보다는 근원적인 처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뛴다고 해서 이를 전체인양 오인해서는 안된다. 특정지역 몇 곳을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 시장은 아직도 싸늘함 그 자체다."

한 부동산 전문가의 얘기다. 사실 이 얘기처럼 부동산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할 지 꽤 어려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체력은 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자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는 요소 가운데 파괴력이 큰 것이 정부 정책과 심리다. 대세 상승기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힘을 더 받는 경우가 있지만 지금과 같이 시장이 불안한 시기에는 정책 영향력이 커진다.

문제는 이같은 처방(대출규제 강화)이 자칫 동상에 걸린 부위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강남3구의 집값 상승세는 담보대출로 풀린 자금 때문이 아니라 재건축 규제 완화와 각종 개발 재료 등에서 비롯됐다. 지난 5월말 현재 강남3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8조256억원으로 전월대비 286억원이 감소했다. 작년말에 비해서는 839억원이 증가했으나 증가율로 따지면 0.5%에 불과하다. 반면 수도권 지역의 담보대출은 4.0%가 증가했다. 대출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불안하다고 서두를 것이 아니라 실물경기와 시장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 본 뒤에 적절한 정책을 적시에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어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 했으나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바로 엊그제 일이다. 오히려 그 때마다 한 박자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강남3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왜 오르고 지방 미분양은 왜 해소되지 않고 있는지 근본적인 이유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을 토대로 화상과 동상을 모두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이 나와야 한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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