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의 200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로 결국 현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없는 기관장만 해임 대상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과학적으로 구성타당성을 확보한 평가지표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3일 본지가 국회에서 주최한 ‘공공기관의 효율적인 경영혁신 전략’ 포럼에서 대표발제에 나선 이창원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에서 사용된 평가지표가 과학적으로 구성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제시돼 있지 않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즉, 평가지표를 구성하면서 단계-평가지표-세부 평가지표‘의 순서로 구성돼 있으므로 상위 평가지표가 어떻게 과학적인 하위 평가지표로 구성돼 있는지 제시되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예컨대 기관장평가의 평가지표를 계획(25점), 집행(25점), 산출(50점)로 구성하고 있는데 그러한 구성비중의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한 가지 예로 산출의 비중이 계획과 집행의 합과 동일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성적으로 평가한 부문의 경우, 복수의 평가자가 있었으므로 당연히 복수 평가자 간 신뢰도와 같은 통계결과가 제시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의 지난 3월말 2008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결과, 무려 17개 기관이 ’2년 연속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 기관들 중 4개 기관이 불과 3달 후에는 기관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며 “이는 이번 평가결과의 표면적 타당성에 대한 비판에 무게를 실어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17개 기관 중 오로지 영화진흥위원회만 이번 기관장 평가에서 미흡(해임대상)에 포함된 것도 유사한 비판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관장평가와 기관평가에 대한 각종 통계적 분석 결과를 상세히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번 평가에서 기관장평가와 기관평가를 동시에 받은 80개 기관 중 45개 기관이 기관장 평가가 기관평가보다 낮게 나왔다”며 “이는 이들 기관에서 기관장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시각, 예를 들어 기관장이 기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개발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관장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평가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평가에서 기관장은 해임건의를 받았지만 기관은 B등급을 받은 경우도 있고 기관은 A등급을 받았지만 기관장은 경고를 받는 경우도 발생했는데 기획재정부는 두 가지 평가의 대상이 과학적으로 다른 차원이라고 주장했다”며 “이는 ‘기관장인 리더는 무능하더라도 조직은 잘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기관장은 필요치 않다’는 주장에 대한 답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평가결과는 평가등급이 낮아질수록 조직규모(임직원수)는 작아지는 양상을 보였다”고도 언급했다. 이 교수가 작성한 기관장 평가 등급에 따른 임직원 수 평균을 비교해 보면 미흡평가를 받은 기관장들의 조직규모가 가장 작음을 알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해 공공성 평가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가세했다.
그는 “다만 공공기관의 경영평가가 상업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평가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핵심적 문제영역이 빠져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공공성을 잃어버리고 효율성만을 추구한다면 기관 자체로는 수익을 늘려 구성원들의 복지 향상이나 주주들의 부를 늘릴 수는 있겠지만 공공기관을 지원하는 예산이나 국민의 입장에는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의 총괄간사를 역임한 신완선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신 교수는 “기관장 평가는 올해 처음 독립적으로 시도된 제도로서 경영계획서 이행실적에 대한 기관장의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시행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기관장의 임원 경영활동의 주요 기준점과 동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의 불일치 수준은 계량지표 평가에만 의존했던 중소형기관을 제외하면 상관관계가 50% 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적절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평가가 너무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면 별도 평가의 의미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면 평가제도의 정확성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두 평가제도는 지표와 평가단 자체가 다르고 기관평가가 체계적인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으므로 기관장 평가제도만 조속히 정착시키면 평가제도의 효과를 배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 교수는 이 교수가 ‘소규모 기관만 성적이 나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선 “과도하게 강조된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올해처럼 경고와 해고조치가 이뤄진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너무 평가절하 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언론매체가 공공기관의 긍정적 노력보다는 부정적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경영평가가 보다 가치 있는 제도로 기여하기 위해선 외부그룹의 긍정적 시각을 위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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