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동안 잠잠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과열경쟁이 점차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양사는 자사 제품 알리기에만 나설 뿐 상대방을 자극하는 것을 극도로 절제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LED TV, AMOLED 휴대폰 등 신개념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자 LG 진영이 해당제품을 직접 언급하며 삼성전자를 자극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LCD TV 시장에서 소니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른 LG전자가 적잖이 신경 쓰이는 눈치다. LG전자는 휴대폰 시장에서도 1분기 점유율 11%로 ‘빅3’ 위상을 확고히 하며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양사의 경쟁은 앞서있는 경쟁자를 끌어내리려는 추격자와 이를 뿌리치려는 선두주자 사이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LG 진영은 삼성전자가 LED TV를 출시하자마자 “LED TV란 없다. LED를 채용한 LCD TV가 있을 뿐”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또 LED를 화면 가장자리에 두른 엣지형 방식을 채택한 삼성 LED TV를 ‘선만 밝힌 LED TV’라고 폄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LG전자는 자사 ‘LED 기반 LCD TV’에 ‘LED TV’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다음달께에는 화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해온 엣지형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자사 LED TV와 경쟁사 제품의 격차를 ‘하늘과 땅차이’로 표현했다. △튜너 일체형 △진정한 240Hz △일부가 아닌 전체가 손가락처럼 얇은 TV 등 경쟁사와 자사 제품의 차이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그 차이가 크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비교의 칼날은 LG전자 LED TV를 정조준하고 있다.
양사의 경쟁은 TV를 넘어 휴대폰 부문으로 넘어갔다. LG전자는 최근 ‘밝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는 내용의 광고를 통해 삼성 전자의 ‘아몰레드’ 폰을 겨냥했다. 최근 삼성전자 아몰레드가 LG전자의 ‘아레나’ 폰의 판매량을 넘어서면서 LG전자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제품을 통해 격차를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LG전자에겐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특히 LED BLU와 OLED 양산기술이 다소 뒤처지는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전자 역시 국내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LG전자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경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는 “시장 2위 업체가 1위를 비교·공격하는 것은 마케팅 전략의 정석이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다만 사실과 다른 과장 비교가 되거나 수위를 넘는 적나라한 표현 등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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