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궁지에 몰린 기업가들은 위기의 원인을 되짚는 데 여념이 없다. 실패의 반복을 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집착은 위기의 한 가운데서 빛을 발하고 있는 리더십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기 쉽다. 위기 이후 닥칠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사인 맥킨지가 내는 경영저널 매킨지쿼털리는 최근 글로벌 주요 기업 수장 14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위기 속에서 리더십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결 5가지를 추려냈다. 기업가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 가운데는 앨런 래플리 프록터앤드갬블(P&G) 회장과 조지 버클리 3M 회장, 에릭 포스 펩시보틀링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베테랑 기업인들이 전하는 첫 번째 리더십 교훈은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위기의 조짐을 눈치챈 기업가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날카로운 눈썰미로 경고성 지표를 읽어낸 이들도 없지 않다. 이들은 여유롭게 전략을 보완, 흔들림 없이 기업 경영을 주도할 수 있었다. 맥킨지는 자신의 특성에 맞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전략'이 이사회의 핵심 안건이 돼야한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지난해 발생한 위기가 기업 이사회의 근본적인 틀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터라 이사회 소집이 빈번해졌고 회의 석상에서는 전략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 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이사회마다 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한 게 금융위기의 충격을 흡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인들은 의사소통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기업가와 임직원 사이의 빈번한 접촉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대감 형성으로 이어져 위기 대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투명성과 개방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맥킨지는 특히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수치와 계획을 제시하라고 조언했다.
기업 문화와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기업가의 중요한 임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고유의 기업문화를 고수하는 기업이라야 조직 구성원은 물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래플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강조해 왔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와 그 가치에 대한 소비자와 투자자, 협력업체들의 확신을 얻는 일"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리더들은 끝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버클리 회장은 "미래에 투자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계획이 없다면 결코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경기가 순환하게 돼 있는 만큼 위기 뒤에 찾아 올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투자에 인색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혁신기업들이 비용절감 바람 속에서도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려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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