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기아차가 대기업간 제휴 협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LG·KT 등 국내 굴지의 그룹들이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주된 이유는 자동차 분야가 전후방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산업의 꽃이자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친환경, 첨단 IT기술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며, IT기술에 대한 갈증이 증폭되는 이유도 있다.
현대·기아차와 삼성·LG는 ‘빅3’로 불리며 지난 수십 년간 국내외적으로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이들은 고질적으로 중복 투자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재계는 최근 부쩍 늘어난 대기업간 협력을 반기고 있다. 비용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월등한 효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수요처 확보는 물론 새 시장에 진입에 여러 가지 기술적 위험을 줄여줌으로써 상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현대·기아차와 KT가 ‘와이브로(Wibro) 탑재 차’ 기술 개발을 위한 협정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발이 완료되는 2012년부터 현대차 고급 차량 내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이 가능한 첨단 와이브로 환경이 갖춰지게 된다.
앞서 양사는 지난 5월 이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지난번 제휴가 단순한 마케팅 차원의 협력이었다면 이번 협정은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한 실무차원의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기아차는 “미래 자동차 기술에 IT 접목은 필수”라며 협력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KT 역시 “IT와 자동차 같은 이종(異種) 산업간 융합은 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최근 협력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현대·기아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LG화학과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및 생산 합작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친환경차 시장이 급부상하며 국내 최대의 차 부품사와 2차 전지 업체가 친환경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 개발을 위해 힘을 모으게 된 것이다.
주된 이유는 시장성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현재 1억8000만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0년 90배에 가까운 159억 달러(약 19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양 사가 이번 새 법인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새 법인 설립을 위해 수개월 전부터 긴밀하게 논의해 왔다. 양 사는 연내 새 법인 출범을 목표로 세부안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모비스는 앞서 지난 4월 삼성LED와 미래 자동차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LED 헤드램프’ 공동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LED 헤드램프는 전 세계적으로 렉서스와 아우디 2개 차종에만 장착돼 있는 첨단부품이다. 현재 1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이 매년 10% 이상씩 성장 추세에 있다. 양사는 GM·폴크스바겐·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상대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대기업간 협력을 장려하는 입장이어서 유사 사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7월 26개 신성장동력 사업 연구개발(R&D) 사업을 발표한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대기업간 혹은 대-중소기업간 협력 사업에 추가경정예산을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