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현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중징계가 내려진 가운데 이번 사태가 금융권은 물론 정·관계 난투극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실세를 구가했던 이른바 '서울고 라인(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최장봉 하이닉스 사외이사-황영기 회장)'의 악연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황영기 사태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 회장은 9일 금융위원회의 '직무정지 상당' 의결에 대해 이날 개인성명서를 통해 불복의사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당시 감독라인의 중심에 있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전 금감원장)과 최장봉 하이닉스 사외이사(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이 관리감독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은 차치하고 전직 은행장에게만 사후책임을 지우려 하고 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황 회장이 금융위 결정에 불복하고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과정에서 당시 감독당국 책임자였던 윤 장관 역시 '황영기 사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 과정에서 관전 포인트는 단연 '서울고 애증'이다. 윤 장관과 황 회장은 서울고 선후배 사이에다 참여정부 실세라인에서 각별한 친분을 과시했었다. 현재는 불편한 관계로 발전(?)했지만.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사건의 본질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만한 사안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 회장에 대해 손해배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예금보험공사 역시 책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예보는 당시 사장이었던 최장봉 하이닉스 사외이사의 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 공방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승우 예보 사장이 금융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해 황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주장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윤증현 장관과 황영기 회장, 최장봉 전 예보사장은 모두 서울고 선후배 사이"라면서 "당시 대표적인 실세였던 세 사람이 악연으로 엮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또한 이번 사태의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4건의 CDO·CDS 투자로 1억7000만 달러를 손해봤지만 주의적 경고라는 징계에 그쳤다.
황 회장의 주장대로라면 박해춘 이사장은 당시 손절매 책임은 물론이고 오히려 추가 투자로 부실을 키운 장본인이다. 당국의 징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의 이유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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