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이 '루트 기호'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윤 장관은 이날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회복 상태에서 그냥 쭉 가는 정도로, '나이키 문양'(끝이 약간 올라가는 반쯤 기울어진 엘자) 비슷하거나 '루트 기호'처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이 내년 이후 경기 상황을 포함한 전망을 피력한 것은 처음이다. 윤 장관은 그동안 올해 -1.5% 달성이 무난하고 내년에는 4% 내외 성장이 예상된다는 점을 거론해 왔다.
윤 장관의 언급은 큰 맥락에서 보면 작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다시 경기침체 국면에 빠질 우려, 이른바 더블딥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루트 기호형 회복은 경기가 침체된 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상승 기조를 탄 뒤 이후에는 횡보세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완전한 위기 탈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이키 문양의 성장 전망 역시 경기회복이 가파른 속도가 아닌 점진적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에 가깝다.
윤 장관은 실제 이날 간담회에서 위기 이후 성장률이 빠르고 지속적으로 속도로 올라가는 것을 뜻하는 U자나 V자로 가긴 어렵다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의 발언은 최근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주식.부동산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에 일정한 제동을 걸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때는 V자형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번 위기는 그런 형태로 탈출하긴 어렵다"며 "내년에 잠재성장률 수준인 4.5~5% 가까이 성장한 뒤 당분간 그 수준이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내부적으로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은 비록 한국 경제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어서 한국 경제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동아시아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어서 V자 형태로 빠른 속도의 회복이 가능했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회복속도는 세계경기의 회복 여하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도 현재 세계 경제가 최악의 위기 국면을 벗어나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위기 이전으로의 급반등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비관론적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상승후 재하강) 위험에 직면해 있고 잘해야 느린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낙관론을 경계하기도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에서 대외 무역 비중이 크기 때문에 세계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이상 지속적 성장을 점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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