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현실로 만드는 '실용지능'
심상훈의 Book&Talk
실용지능이 성공의 기회를 만든다/ 칼 알브레이트 지음/ 조자현 옮김/ 흐름출판
“부귀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지만 바란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지.”
조선의 선비 이덕무(1741~1793)가 남긴 말이다. 이 말은 '연암집下'(돌베게) ‘예덕선생전’에 나온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원한다. 다만 원한다고 해서 현실로 이뤄지는가. 그것이 아니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부러워하게 되는 것인지도 혹 모른다.
성공 못하는 이유가 단지 머리(IQ)가 굳어서라고?
천만에! 이건 아니다. 다만 이 책이 주장하는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에 뛰어나지 못해서라면 얘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어찌 됐든 이 책은 제목 그대로다. ‘실용지능이 성공의 기회를 만든다’고 시종일관 강조해서다. 저자는 칼 알브레히트. 그는 탄광 노동자의 아들로 자랐다. 집은 냉장고를 들일 형편이 못됐을 정도로 가난했다.
오늘날 세계 10대 부자, 알고 보면 그의 성공은 어렸을 때부터 실용지능이 뛰어난 결과일 뿐.
일테면 탄광촌에서 본 지하저장고를 점포에 만들어 우유와 버터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아이디어를 찾았고 그러다가 당일에 필요한 우유와 버터만을 공급하는 새로운 유통 체계를 확립해 돈을 크게 벌기 시작했던 것.
이는 1980년대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Just in time’ 모델의 원조인 셈이다. 이후 그는 동생과 함께 상점을 늘려가다가 미국 월마트의 아성에 도전하는 독일 저가 슈퍼마켓 체인점인 ‘알디(Aldi)’를 창업해 세계 갑부가 되었다고 책은 전한다.
생각해보자. 당시 탄광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칼 알브레히트 혼자였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처럼 실용지능이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지하 저장고를 떠올리는 것을 단적으로 꼬집어서 설명할 수 있다.
요컨대 실용지능은 ‘인생에서 등장하는 도전과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실용지능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면 할수록 부귀도 성공도 개인의 바람으로 끝나지 않는다. 얼마든지 개인이 현실로 만들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귀와 성공은 흔히 생각하는 부모를 잘 만나서가 아니다. 또 머리가 타고난 천재여서도 아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말하길 “실용지능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며, 그 능력은 인종에 따라 나뉘지도 않는다. 그것은 문화적인 요소로 현대사회에 적합한 태도와 자세를 익힌 아이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맞는 얘기다.
머리가 좋다, 학벌이 높다, 가문이 좋다고 해서 맨홀뚜껑이 왜 둥근지에 대해 반드시 잘 설명하거나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진 못한다.
그렇다. 고기를 자식에게 잡아줄 수는 있다. 다만 잡는 방법(실용지능)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부모가 죽은 다음에 물려받은 부귀와 성공을 올곧게 지켜낼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 거다.
심상훈 북칼럼니스트(작은가게연구소장)ylmfa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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