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25일(현지시간) 이틀간 이어진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선언문에서 거시경제정책 공조와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피츠버그 정상선언문은 31개항의 서문, 8개 주제에 50개항의 본문, 2개 부속서로 구성됐다.
선언문에는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과 개도국의 다양한 관심사가 균형 있게 담겼다는 평가다.
특히 G20회의를 경제협력을 위한 최고 무대로 업그레이드하고 2011년부터 연례정상회의를 제도화한 것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협의체를 G7 또는 G8에서 G20으로 옮겨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출구전략 '시기상조'…부양책 지속해야
정상들은 경기 회복이 확고해질 때까지 경기부양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서문 8~10항에서 "정상화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안이해져서는 안된다"며 "회복이 견고하고 확실해질 때까지 강력한 정책대응을 유지한다"고 약속했다.
세계 경기가 이제 막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출구전략은 회복세를 꺾고 더블딥(이중침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다만 출구전략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공유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오는 11월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재무장관 회의 때 논의하기로 했다.
◇위기 후 화두는 '지속가능 균형성장체계'
위기 이후를 대비하자는 목소리는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체계'로 구체화됐다. 이는 이번 경제위기 이후 회원국이 공유할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끌어갈 체계를 마련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중장기 거시경제 정책 공조 방안인 셈이다.
경상수지만 놓고 봐도 흑자국과 적자국이 엇갈린 상황에서 서로 지속 가능하면서 쏠림 없는 고른 성장을 위해서는 정책적 조율과 조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호주 총리가 공동제안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국제협력 3단계 프로세스', 영국의 '글로벌 컴팩' 제안, 미국의 '지속가능 균형성장 프레임워크' 사이의 공통분모를 담아낸 것으로 우리 정부는 평가했다.
정상들은 각국의 정책이행 상황에 대한 상호 평가 결과에 따라 지속할 수 있으며 균형을 맞춘 조치들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IMF에 정책감시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게 하고 G20에 정기적으로 보고토록 했다.
이 따라 11월 재무장관회의 때까지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차기 정상회의에서 상호평가에 대한 결과를 놓고 논의할 방침이다.
◇은행자본규제 강화
은행에 대한 자본규제 강화안은 2010년까지 기준을 만든 뒤 2012년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다만 경기회복이 확실해졌다고 판단될 때 적용키로 했다.
이와 관련한 실무작업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추진 중이다. 이 작업에는 유동성 리스크 규제, 양질의 자본 확충 등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보수를 장기실적과 연계하는 FSB의 권고안도 채택됐다. 최근 마련된 이 권고안은 금융회사의 총 보상액을 금융기관의 경영 성과와 연계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밖에 장외파생상품 시장 개혁을 위해 2012년까지 표준화된 장외 파생상품을 중앙청산소를 통해 청산하되, 청산소를 거치지 않는 거래에 대해선 높은 수준의 자본적립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다국적 금융기관의 정리방안과 시스템상 중요한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방안을 내년까지 마련키로 합의했다.
◇ IMF·WB 지배구조 개혁…신흥·개도국 발언권 확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분율 재조정 논의도 결실을 맺었다.
IMF의 경우 선진국의 지분율을 낮춰 신흥·개도국으로 지분율 5% 이상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60%인 선진국의 지분 비중은 앞으로 55% 이하로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현재 1.35%인 우리나라의 지분율도 올라갈 수 있을 전망이다.
WB 투표권도 1단계 개혁에서 1.46% 늘어난 데 이어 과소대표된 신흥개도국 등에 적어도 3% 이상의 투표권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계은행이 식량안보, 녹색성장 지원을 위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담겼다.
이밖에 우리 정부가 강조했던 스탠드스틸(Standstill·새로운 무역장벽 도입금지 원칙) 이행을 위한 의지도 재확인됐다. 선언문 본문 48항은 "세계 무역·투자 회복을 지속하는 것은 경제성장 회복에 필수적"이라며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싸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나아가 추가적인 무역 자유화를 위해 다자통상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의 타결을 위한 공약도 거듭 천명됐다. 2010년 협상 타결이 추진된다.
또 G20을 국제경제협력을 위한 프리미어 포럼으로 공식화했다는 점도 이번 회의의 성과로 평가된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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